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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 mei mi Aug 04. 2020

불행의 시작

 - 나의 데님 로드 (My Denim Road) -







  노동부 진정서 제출은 상담받았던 고용노동부 본청이 아닌 다른 지부에서 진행되었다. 

 회사의 소재지에 따라 관할 지역이 분류됐다. 본청에서 작성한 서류는 해당 관청에 팩스

로 전송되었다.


다음날 오후 통장에 급여가 들어왔다. 노동부에서 계산한 급여보다 정확히 11만 원이 적게

입금됐다. 그래도 이거면 족하다. 회사와 연관된 것에서 빨리 벗어나야 했다. 월요일 관청에

방문해 진정서를 취하했다. 그로부터  이틀 후. 설거지를 끝내고 핸드폰을 확인 했는데 모르는

번호로 부재중 전화가 여러 통 있었다. 그리고 사장님의 문자가 보였다.




"노동부에서 연락받았다.  원래 3일 치는 빼고 돈 줘도 되는 게 노동법 이라더라. 그런데

그것까지 포함해서 줬는데 감히 나를 신고해? 너 아주 나쁜 년이구나! 가만두지 않을 테니

두고 봐라!"




 이게 무슨 일인가 싶어 우선 부재중 전화로 연락을 했다. 관할 노동청 담당자의 번호였다.

취하를 했어도 상부에 결재를 올려야 된다고 하셨다. 그런데 서류와 전산이 달라 확인차

전화를 한 거였다. 회사 상호의 주소지는 전산상  신당동인데, 내가 기재한 현 주소지가 답

십리로 되어 있어 검토를 하신 거다. 하필 그때 내 핸드폰이 무음이라 통화가 되지 않자, 사

장님에게 전화를 하셨다. 그런데 전화를 해도 주소지 일치 여부에 대한 답변은 못 듣고  신

고한 사람이 누군지를  물어 보기만 반복. 본인이 나를  신고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냐고 담

당자분에게 문의 했다고 한다. 피해에 해당 안되니 정 억울하면 민사소송을 하라고 안내 했

다고 하셨다. 이에 사장님이 격분하여 내게  전화와 문자 메시지를 남긴 것이다. 담당자께  

이로 인한 현재 상황을 말씀드렸다. 내게 보낸 사장님의 문자 내용을 듣고 크게 분노하셨다.




"아니 뭐, 이런 사람이 다 있습니까?  본인이 잘못한 게 얼만데! 선생님께서 원하시면 지금

당장 진정 취하 서류 찢고,  옆방에 있는 근로감독관에게  바로 접수해 드릴 수 있습니다."




 본인의 생각이 짧아 내게 피해를 입혔다며 미안해하셨다. 하지만 원래대로 취하했다. 이미

벌어진 일을 어찌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사장님은 내게 급여를 입금하기 전 본인의 피해에

대한 내용증명을 보낸다고 하셨다. 심리적인 압박을 주면서 급여를 포기하도록 유도하려는 

것이었다. 당시 불안한 심신이었지만 다행히 나를 걱정하던 사람들이 곁에 있었고, 내용 증명

이 오면 받고 바로 법률적 조치를 시작하라 했다. 하지만 오지 않았고 월급날이 이틀 지나 일부

급여가 입금된 것이다.




 나는 그동안의 조롱과 욕을 듣다가 처음으로 사장님께 욕설을 삼가 달라고 했다. 이후 내게

두고 보라며 기다리라고 하셨다. 하지만 이때는 신체적 고통이 극심해 여기에 더 신경 쓸 여

력이 없었다. 회사에서 일하며 무거운 걸 무리하게 들었다. 이후 근육 이완제와 진통제, 파스

로 버티며 회사를 다녔었다. 허리에서 엉덩이 이제는 종아리와 발가락까지 통증이 내려왔다.

바닥에 앉을 수도 없었다. 미뤄왔던 병원에 왔다. MRI 검사 화면엔 디스크 수액이 터져 신경

을 누르고 있었다.  참고 일했던 미련한  자신이 원망스러웠다.  몸과 마음을 모두 다친  오랜

불행의 시작이었다.





 디스크는 척추의 뼈와 뼈 사이에 완충작용을 하는 말랑말랑한 형질의 물렁뼈다. 디스크가 있기

때문에 목과 허리는 유연한 움직임이 가능하다.  직립보행을 할 때에도 몸의 중심에서 뼈, 근육

과 더불어 중력의 힘을 버틸 수 있게 도와준다. 태어날 때 디스크는 맑고 투명한 탄성 좋은 상태

다. 디스크가 받는 압력과 노화가 진행됨에 따라 점차 검게 변하며 퇴행하게 된다. 이렇게 약해

진 퇴행성 디스크는 갑작스러운 외부 충격이나 힘에 의해 파열되곤 한다. 디스크 겉면을 감싸는

섬유륜이 찢어져 그 틈으로  수액이 빠져나온다. 이것을 추간판 탈출증이라고 한다.




 나는 요추 4번과 5번 사이 디스크가 터졌다. 그런데 그 형태가 수평으로 급격히 부풀어 튀어나

와 터진 모양이었다. 주치의 선생님께서 이러한 형태는 주로 갑작스럽게 큰 힘과 충격이 가해진 

경우라고 하셨다. 왼쪽 허리에서 발가락까지 저려오는 방사통이 심했다.



근래에 무거운 걸 무리해서 든 적이 있는지 물어 오셨다. 입사 후 항상 리벳과 캔톤을 갈아서 다른

짐과 함께 거래처를 다녔다. 언제나 스스로의 건강에 자신 있었다.  '내 덩치에 이 정도는 들어야지'

하며 매번 무거운 걸 들어 날랐다. 하지만 점점 그 양과 빈도가 많아지며 힘에 부쳤다.  얼마 전엔 가

방 안에 무리하게 넣고 완성 공장을 갔을 때가 있었다. 나도 모르게  '악' 소리가 났던 그때. 이후엔  

허리 통증이 생겨 약국에서 근육 이완제와 진통제 그리고 파스를 붙여 일하기 시작 했다.  토요일에

도 공장과 시장을 가야 해서 병원 생각은 못 했다. 허리에서 발생한 통증이 발가락으로 내려올 때까지

몸을 너무 방치했다. 아무리 바빠도 병원에 왔어야 했는데 정말 어리석었다.





 병원에선 바로 수술을 권유했다.  주변에서  '허리는 수술하는 것 아니야'라는 다수의 의견이 있었

다. 터진 디스크 수액이 몸에 흡수되어 자연 치유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병을 갖게 되면서 디스크

에 대해 알아보았다.  지인들이 우려했던 것은 무분별한 척추 수술이 만연하다는 점이다. 긴급 수술

이 필요한 경우는 신경 눌림에 의한 대소변 장애가 오거나, 발목에 힘이 없어 꺾이는 족하수가 발생

되면 지체 없이 수술해야 한다. 나의 경우 통증은 심해도 긴급 수술을 할 정도는 아니기에 젊은 나이

를 고려하여 비수술적 요법을 먼저 시도하기로 했다. 우선 병원에서 스테로이드 주사를 맞고 진통제

를 처방받았다. 스테로이드의 효과는 드라마틱했다. 몸에 투여되고 곧바로 통증이 줄어들었다. 하지만 

두 번째, 세 번째 맞는 횟수가 늘어날수록  처음의 효과를 느끼진 못했다. 갈수록 통증은 더 심해졌고 다

른 치료 방법을 찾아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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