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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 mei mi Jan 01. 2021

새해 첫날, 생애 첫 악플을 받았다.

-익명성 기댄 잔인한 폭력성을 마주하다.











https://brunch.co.kr/@brunch/245




지난해 브런치에 새롭게 추가된 기능 중 하나는 많은 작가 분들의 열화와 같은 요청에 의해

만들어졌다고 한다.'댓글 쓰기 허용 기능과 유저 차단 기능'. 브런치에서 이 기능을 알리는

포스팅을 공개하자 480개의 좋아요 표시와 함께 50개의 댓글이 달리는 뜨거운 반응을 얻

었다. 한 작가님께서는 특정인의 지속적인 악플로 인해 괴로움을 호소하셨다. 마침내 추가

된 기능으로 악플에서 벗어 날 수 있게 됐다며 브런치에 감사의 인사를 남기셨다.




자타공인 글을 읽는 것도 쓰는 것도 좋아하는 이들이 모이는 공간이 '브런치'아니던가. 그런데

이러한 공간에도 악플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큰 충격이었다. 하지만 내가 악플을 받아본 적이

없었기에 그 고충을 완벽히 헤아리기는 어려웠다.




2021년 1월 1일. 나는 새해 첫날 생애 첫 악플을 받았다. 모두가 새롭게 맞이 하는 신년에는

일면식이 없는 사이라도 덕담을 주고받는 게 보편적 관례다. 그런데 일방적인 악담을 내게

투척하고 간 한 사람으로 인해 익명성에 기대어 인터넷에 활보하는 '악플러'를 마주하게 되

었다.







- 블로그 악플 캡처-




브런치와 함께 글을 연재하는 블로그에 얼마 전에 달린 댓글은 확실히 그 결이 달랐다. 동일한 사람이

두 개의 댓글을 달았는데 갑자기 비속어를 연상케 하는 단어가 의심되는 문장. 심리 상태가 불안정 해

보였다. 답글을 달아야 하나 고민하다가 그래도 내 글을 읽고 댓글을 남겨준 이에게 답을 하는 게 예의

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답글을 썼다.



-악플 이미지 캡처-








새해 첫 날 이메일을 쓰기 위해 네이버에 로그인 하자 블로그 알람이 보였다.


"살가X질!!!!!! 넌 헌 옷이나 입다 죽어! 내가 너 해. 우리 ㅅㄱㅈ 원래 그래."


라는 악플이 달려 있었다. 블로그 이름부터 심상치 않은 사람인 것은 알았으나 전보다

수위를 높인 악플을 받아보니 상황의 심각성을 깨닫게 되었다. 나는 지저분한 악플을

삭제하기 전 모든 증거 자료를 남겼다. 악플러의 언행으로 보아 유추해 보건대 이런 짓

을 한 두 번 하는 사람이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혹시 모를 고소를 피해 가기 위해 문장을

다 들어내지 않고 가리거나 초성을 사용해서 교묘히 악 감정을 쏟아내고 있었다.




하필 새해 첫날에 악플이라니. 죽으라니... 기가 찰 노릇이지만 한편으로 이런 막말을 내뱉는

사람의 심리가 궁금해지며 악플러의 이름을 클릭해 그 자신이 운영하는 블로그를 살펴보았다.







-악플러의 블로그 프로필 캡처-






악플러는 먼저 프로필에서 자신의 기호성을 적나라하게 들어내고 있었다. 이후에 포스팅에서는

공통적으로 살인, 강간, 수간, 폭력 등의 연관 글이 이어지며 스스로 성향을 커밍아웃 했다.







- 악플러가 올린 요리 레시피-



- 악플러가 올린 쇼핑 링크-



그런데 특이한 점이 있었다. 줄기차게 험한 포스팅을 하다가도 중간중간 '도토리묵 만들기'

같은 요리 레시피와 '자수 용품 쇼핑'으로 연결되는 링크를 보여주고 있었다. 해당 악플러가

보이는 행동은 자신에게도 인간미가 흐르는 지점이 있다는 것을 블로그 방문자들에게 어필

하는 것처럼 보였다.




- 악플러 블로그 캡처-



소시오패스적 성향이 다분한 악플러는 인터넷 상에서 '은덕'이라는 순박한 닉네임을 쓰고 있었다.

바르게 살아가는 이 세상의 수많은 은덕이들이 이걸 본다면 어떤 기분일까? 네이버에 등록된 자신의

실명을 걸고 무차별적인 악플과 혐오적인 포스팅을 할 용기는 차마 없었나 보다. 나는 분명히 밝힌다.

익명성이라는 장막 뒤에 숨어서 자신에게 내재된 어두운 폭력성을 선량한 시민에게 살포하지 말라.

꼬리가 길면 잡히는 법이고 범인은 범죄 현장에 흔적을 남긴다. 당신은 이미 셀 수 없이 많은 증거를

남겼다. 언젠가 반드시 그 행위가 부메랑처럼 되돌아 간다. 그때는 반작용의 영향으로 자신에겐 더 큰

상처로 날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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