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가 만드는 것들
캐나다의 어학원을 다니며 수업 중 가장 어색했던 순간 중 하나는
선생님을 이름으로 불러야 했을 때였다.
처음에는 습관처럼 Teacher라고 불렀는데, 그렇게 부르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모두가 선생님의 이름을 불렀다.
또 하나 어색했던 건,
영어에서는 주어를 반드시 써야 한다는 점이었다.
선생님에게 You라고 말하는 것이 반말처럼 느껴졌고,
예의 없어 보이는 것 같아 입이 잘 떨어지지 않았다.
처음에는 그 감각이 꽤 불편했다.
하지만 영어를 계속 사용하다 보니
그 언어가 가진 평등함과 동등함에 점점 익숙해졌다.
한국어를 쓸 때와 달리,
나이나 관계를 먼저 의식하지 않는 태도가 자연스럽게 자리 잡았다.
한국 사람을 만나도 영어로 대화하는 일이 잦았는데,
이름을 부르고 You를 쓰며 이야기할 때는
정말 친구처럼 느껴졌다.
그러다 한국어로 대화를 나누는 순간,
갑자기 나이를 가늠하게 되고 말투가 바뀌며
어딘가 모르게 거리감이 생기는 것을 느꼈다.
그 어색함 때문에 우리는 다시 영어로 대화를 이어가곤 했다.
나는 스스로를 누구보다 유교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어가 가진 존중과 예의의 문화에도 익숙하고, 그 가치를 중요하게 여긴다.
다만 언어 속에 자연스럽게 포함된 나이에 따른 태도와
높고 낮음에 대한 인식이
서로를 동등하게 대하고 친구처럼 받아들이는 데는
때로는 벽이 되기도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경험을 통해
언어는 단순한 소통의 도구가 아니라는 걸 실감하게 되었다.
언어는 그 사회의 문화와 사고방식을 반영하고,
또 그 사회를 움직이는 아주 본질적인 역할을 한다.
AI의 발달로 언어의 장벽이 많이 낮아졌다고 말하지만,
나는 언어를 직접 배우며 체득하는 경험이
여전히 중요하다고 느꼈다.
언어를 익힌다는 것은
말만 배우는 일이 아니라
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 문화, 환경,
그리고 그 사회가 쌓아온 시간을 이해해 가는 과정이라는 것을
몸으로 경험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