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 있는 점을 보는 눈

전략은 멀리서 전술은 가까이에서

야쿠시마 산을 오르던 날이었다.

등산 안내인은 흰머리의 노인이었는데,

작은 배낭을 멘 채 숲과 한 몸처럼 움직이고 있었다.


길을 걷다 말고 그는 산 능선을 가리켰다.

“저기, 보이나?”


나는 눈을 크게 떴다.

내 앞의 돌길도 헉헉거리며 오르기 버거웠는데,

그는 산 너머, 점처럼 움직이는 다른 등산객들을 이미 보고 있었다.


순간 깨달았다.

“가까운 건 내가 보고, 먼 건 이 노인이 본다.”


투자도 그렇다.

여전히 당장의 오르내림에 가슴이 요동치는 나지만,

멀리서 큰 흐름을 보는 눈은 따로 길러가야 한다.



58세까지의 1차 능선 플랜

50세에 나는 운용 기간을 3구간으로 나누었다.

그 첫 구간. 50~58세까지, 앞으로 4,5년 남았다.

매년의 성적이 중요한 게 아니다.

중간의 파도는 수없이 출렁이지만,

최종적으로 도착한 해변에서

전체 평균 수익률이 내 성적표가 된다.


그래서 나는 리밸런싱을 반복해 왔다.

때로는 손실을 확정하며, 때로는 과감히 갈아타며.

그 과정에서 알게 된 건 이것이다.


결정적 한 수가 필요하다.

직감! 훈련과 습관 속에서만 나온다.

• 성향을 조금씩, 의식과 무의식 속에서 바꿔야 한다.



무의식의 변화, 누적된 경험, 투자자의 성장


투자는 단순히 종목을 사고파는 게 아니다.

나를 바꾸는 훈련이다.

조사하고, 비교하고, 직접 거래하고,

수비와 공격을 반복하다 보면

내 무의식의 변화를 직감하게 된다.

그 경험적 통찰이

일상의 결정 속도까지 바꾼다.

시간의 질감이 달라진다.

그러다

어느 날, 준비된 한 수 나온다.




내가 자주 빠지는 함정


나는 종종 편향에 빠진다.

• 선방하는 종목이 훨씬 큰 비중인데도,

마이너스인 종목 숫자에 집착하고 민감해진다.

• 엔비디아에서 크게 성공한 기억 때문에,

다음 진입에선 오히려 주저한다.


이건 내 습관이고, 내가 고쳐야 할 지점이다.

손해 보기 싫어하는 속 좁은 마음을 내려놓아야 한다.



그리고, 선택과 집중


이제 서서히 다다를 지점이 분명해진다.


“적은 돈으로 큰 수익률을 노리는 대신,

많은 돈으로 작은 수익률을 차곡차곡 쌓아

총이익을 크게 만드는 것.”


총이익= 투자원금, 시간, 성장률, 손실최소화.

이 4박자를 조율하며 다지는 내 레시피.


그게 내가 만들어야 할 자산의 길이다.



내 인생 최고의 한 수


16년 전, 도쿄에서 사업을 시작했을 때였다.

은행 신용이 없었기에 중간 가맹 회사를 거쳐 계약을 했는데

그 회사가 의도적 파산을 하고 도주해 버렸다.

모든 걸 잃을 뻔했던 그때,

다들 포기하라고 안된다고 말리고 외면했지만,

나는 그럴 수가 없었다.

그때 잃어버린 건 내겐 돈이 아니었다.

일본에 올 때 다짐한 목표에 대한 “달성감“

을 도난당한 것이었다.

그래서 오히려 당당히 깡을 부릴 수 있었다.

나는 한 가지 방법을 생각해 낸다.

고객들에게 카드 결제를 취소해 달라고 부탁하고,

돌아온 현금을 다시 맡겨주시면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편지와 서툰 일본어로 직접 부탁드렸다.


6개월 뒤,

피해 보상 보험금과 현금 회수금 덕분에

내 장부는 오히려 플러스로 돌아서 있었다.


그날은 나에게 평생 잊을 수 없는 선물을 주었다.

일명, “자기 신뢰 회복 기념일”이다.

고객(타지인)에 대한 진심의 감사와 신뢰.

본격적으로 시작된 일본 생활에 대한 기대와 자신감.

더불어, 혼자 떠들어 어느새 익숙하게 입에 붙기 시작한 일본어는 덤이다.


막막함 속에서 설렘이 생기는 순간!

내 삶의 색이 바뀌는 멋진 한 방이다!


그 사건이 없었다면

내가 여전히 일본에서 살고 있었을까?



“인생에 큰 기회가 세 번 온다.”라는 말을 늘 들어왔다.

나는 불안했다.

나도 모르는 새 이미 다 지나버린 건 아닐까?

이젠 아니라고 말하고 다니고 싶다.

노력은 기회를 늘려 준다고.

내 앞으로도 계속 올 것이다. 그 기회.


야쿠시마 안내인이 먼 곳의 등산객을 보았듯,

나도 내 길 위에서 결국 멀리 있는 점들을 보게 될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 또렷해질 것이다.

그 순간, 나는 주저 없이 잡을 것이다.


나는 오늘도 흐름을 본다.

그리고 그 흐름 속에서

조용히 선택과 집중을 이어간다.


2030년 -

좋은 결과를 기대한다!

무엇보다 그때,

결과를 품에 안으려 애쓰기보다

흐르듯 담담히 다음 여정을 향해 나아가는

나를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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