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들의 맥주 사랑은 각별하다.
벚꽃이 피면 그 아래에서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맥주를 곁들인 피크닉이 이어지고, 식당에서 음료를 주문할 때면 자연스럽게 이런 말이 나온다.
“とりあえず生ビール.”
일단 생맥주부터.
그만큼 맥주는 일본의 일상 속에 깊이 들어와 있다. TV 광고와 음식 프로그램에서도 맥주는 늘 빠지지 않는 주인공이다.
조금 있으면 올해도 벚꽃이 필 것이다.
그리고 그 시간이 지나면 기온이 올라가고,
차가운 맥주가 가장 맛있는 계절이 시작된다.
문득 궁금해진다.
맥주는 어떤 비율일 때 가장 맛있을까.
일반적으로는 거품 3 : 맥주 7.
잔의 약 30%를 차지하는 거품이
맥주의 향을 지켜주고,
쓴맛을 부드럽게 만들며,
탄산의 균형을 잡아준다고 한다.
맥주를 더 맛있게 만드는 것은 액체만이 아니라
그 위에 올라온 거품의 비율이다.
생각해 보면 우리의 삶에도
어쩌면 그런 거품이 있다.
조금의 예의,
조금의 사치,
조금의 배짱.
그래서 나는 가끔 내 인생의 레시피를 떠올린다.
내 인생
= 안전지대 + 감가상각 없는 소비 + 리스크
+ 복리
이 네 가지 맛이 너무 거칠어지지 않도록
삶에도 어쩌면
적당한 거품이 필요한 건 아닐까.
나는 일본에서 오래 살았다.
한국에서는 종종 “일본 사람들은 겉과 속이 다르다”라고 말한다.
그 말이 완전히 틀린 것도 아닐 것이다.
하지만 오래 살아보니
그들이 지켜 온 것은 거짓된 친절이라기보다
관계를 거칠게 만들지 않으려는
일종의 생활 기술에 가까웠다.
그 매너 속에서
사람 사이의 공기는 조금 더 부드럽게 유지된다.
나는 나이가 들어가며
한 가지를 조금씩 배우고 있다.
가식이라는 말은 왠지 좋지 않게 들리지만
사실 그것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공기를 부드럽게 만드는 기술일지도 모른다.
맥주 위의 거품처럼.
거품은 맥주의 본질은 아니지만
그것이 없으면 맛은 완성되지 않는다.
그리고
우리는 맥주를 마실 때 거품도 함께 마신다.
나는 가끔 그런 사람을 본다.
부자가 되었지만 삶은 어딘가 가난한 사람.
돈이나 능력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 사이의 공기를
조금도 부드럽게 만들지 못하는 사람들.
어쩌면 그들에게는
맥주 위에 올라오는 그 작은 거품이
조금 부족한 것인지도 모른다.
나는 나이가 들수록
‘격’
이라는 것을 조금씩 다르게 이해하게 된다.
격은 누군가와 구분되는 힘이 아니라
상대를 먼저 담아낼 수 있는 편안함에서 시작된다.
그러면서도
어떤 사람을 만나더라도
자신의 중심이 흐트러지지 않는 건강함.
상대에게 영향을 받되 휘둘리지는 않는 상태.
그것이 사람 사이에서
가장 맛있는 거품의 비율일지도 모른다.
맥주처럼
인생에도 어쩌면 나만의 7 : 3이 있다.
그리고 그 거품의 이름은
어쩌면 이것일 것이다.
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