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차원을 높일 때 인간은 아름답다

by miel




# 겨울인 거야 가을인 거야


아주 좋은 운으로 자가용으로 출퇴근을 하게 되면서 아침의 여유가 생겼다. 같은 동네에 사는 직장동료 언니와 출 퇴근길은 서로의 인생사로 꽃을 피우고, 법조빌딩 앞 새 빨간 단풍나무가 아직까지 가을 이라며 겨울옷을 입은 내게 여태껏 단풍나무 구경도 안 하고 뭐했냐고 물었다.


지금은 10월 곧 11월이 된다. 아마도 12월까지는 정신없을 것 같다. 일생일대의 큰 전쟁을 치르고 있는 중이기 때문이다. 이 회사에서 정착할 수 있는 기반을 닦는 시간이기도 하고 또 글을 쓰는 시간을 정착시켜내는 시기이기도 하다. 우연히 느끼는 영감같은 것들을 의도적으로 거의 매일 생각하는 시간을 갖는 것은 너무 가혹한 것일까도 생각해본다.



# 가을이 서 있는데 겨울이 달려왔다



다행히 자기가 좋아하는 일이라고 꽤 게으르지 않고 시답지 않더라도 나름 성실히 글을 올리고 있는 것을 보니 루틴이 만들어졌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러나 그렇다고 좋은 글이 나올리는 없기에 예술인들이 그렇게도 찾아 헤매는 영감을 찾아 나도 이리저리 이 생각 저 생각으로 뇌는 엄청 바쁘게 움직였더니,


가을인 것도 모르게 겨울이 와버렸다. 아직 단풍잎은 샛노랗게 새빨갛게 절정에 달해 산달이 다 되었는데 나의 옷은 겨울옷이고 가을은 이미 벌써 문지방을 넘어갔다. 아쉬웁게도...

내년 겨울을 기다려야지. 다행이 내년 가을이 있다. 아니 있을 것이다.




# 세상이 평화로운 건 내가 평화로웠기에



오늘 하루도 잔잔하게 이상무여서 감사하게 돌아오는 길에, 스스로도 미덥지 않은 작가라는 길을 가고 있다고 생각하니 떠오르지 않는 생각들이 꾀나 답답한 모양이다. 내 감성은 내 의지가 쉽게 어찌할 수 있는 것은 아닌것도 같은데 가끔 열망은 무모한 욕심을 내곤 한다.


많은 세상 속에서, 정말 다양한 세상 속에서, 내가 살고 있는 세상은 평화롭다. 물론 내 마음이 평화로웠던 것이다. 현상적으로는 정신없는 근무시간들이 흘러갔다. 어느 정도 내속에 있는 불안과 두려움이 거의 사라진 듯하다. 완전히 사라진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 단지 그 조금의 것들은 100퍼센트의 믿음으로 커버를 할 뿐이다.




# 너무나 유약한 존재



그렇다. 나는 너무나 유약한 존재이다. 어렸을 때부터 겁이 많았고, 감성이 오르락 내리락해서 버거웠으며 그래서 마음도 갈피 없이 휘청거렸다. 아마도 그래서 신앙을 택했던 것 같다. 나의 한계를 너무나 많이 목도했고 부끄러웠으며 어느 순간에는 심지어 사라지고 싶었던 적도 있었으므로...


사실 인간을 본질적으로 믿지 않는다. 사소한 것에는 믿지만 근본적으로는 믿지 않는다. 가령 예를 들면 떡볶이를 좋아한 다는 말은 믿지만, 영원한 우정 같은 것은 믿지 않는 편이다. 인간관계에서 영원하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90% 정도 믿어 볼 수는 있지만 100% 믿는 것은 없다. 영원한 것은 모든 것을 포기할 정도의 신념을 가져야 가능하다.




# 위대한 이들은 흔치 않다



단지 그런 우정이 없지는 않고 그런 위대한 사람이 없지는 않았다. 자신의 신념을 위해 죽어간 이들이 분명히 있었다. 내가 말하는 것은 일반적인 관점을 말하는 것이다. 나 역시 그런 사람이 되지 못한다. 노력은 하지만 자신하지 못한다. 수많은 실수를 하며 살아왔고, 나 역시 생계보다 우정을 택하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인간은 그렇게 존재되어 있다. 생계라는 것은 인간이 갖고자 하는 그 어떤 것도 없애버릴 수 있을 정도로 힘이 세다.


그래서 나는 나 역시도 믿지 않고 사람을 믿지 않는다. 그래서 그런 위대한 이들을 존경하고 흠모하며 살아가는지도 모르겠다. 아무도 믿지 않는 세상은 너무나 허망해서 견딜 수가 없는 것이다.

자신을 욕하고 채찍질한 이들에게 조롱당하며 십자가에서 죽어간 그리스도는 살면 살수록 기가 막히다고 생각한다. 어떻게 어떻게 그렇게 자신을 욕한 사람을 위해 죽을 수 있는가 말이다.




# 자신의 차원을 높일 때 인간은 아름답다



새빨간 나뭇잎은 내 마음을 요동케 하여 잠시 이대로 인천공항 도로로 좌회전하고 싶게 하였지만 그렇기엔 나는 이제 적당히 나이에 무게에 얹혀있다. 아주 다행이다고 속으로 안심하며 일상의 루틴을 시행해 나간다.

인간의 아름다움은 인간이 인간의 한계를 극복하여 자신의 차원을 높일 때이다.


우리는 정말 단순하게 살아갈 자유도 머리 아프며 살아갈 자유도 있다. 우리 앞에는 그처럼 많은 자유가 놓여 있다. 역사 이래로 이전보다 인간이 이렇게 자유로웠던 적도 없었다. 그래서 인간의 군상은 헤아릴 수 없이 다양한 방식으로 자기 세계 속에서 살아가고 있고 우리는 그것을 소우주라고 부른다.


내 마음에 새빨간 나뭇잎처럼 한껏 차올라 인간으로서, 인간이 그렇게 하기에 정말 어려웠던 어떤 경지에 오르고 싶다는 간절한 욕망을 여기 이 여백에 심는다. 당신만은 알아주시라고 남들에게 말하기엔 부끄러운 아직이지만 더 멀리 보는 당신은, 나의 멀리에는 간절한 욕망이 서 있기를... 내가 비로소 나일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