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천으로 떠내려갈 글이어도

사는 이야기

by 미미

요즘은 6 시가 돼야 새벽 하늘이 어슴푸레

밝아진다 10 분 내외의 오차 있을 뿐

결코 오작동하지 않는 우리 강아지들의

배꼽시계가 나를 깨우면 애들 밥을

챙기고 엄마의 아침밥을 방으로 들인다

그 다음은 디지털 폐휴지 줍기 시작

'OK캐쉬백' 얼핏 느낌에 호탕하게 현금을

쏠 것 같은 앱이 광고 클릭 한 번에 1 원을

에누리 없이 지불한다 현실에서는 손에 쥘 수

없는 황금 동전이다 지난 달 강아지들 병원비가

200 가까이 나와 한 푼이 아쉬운 마당에

이거라도..... 톡톡톡톡톡....

황금빛 파노라마가 끝날 때마다 1 원씩

찹찹 쌓인다

음, 티클 모아 태산이라지만 이건 좀

휴대전화의 수리를 200 만 번 쥐어박으면

이 영리한 기계가 자괴감에 돌아버리든지

아니면 아예 세상을 하직하지 않을까

암전

나보다 젊은 엄마가 축대 아래 뒷문을 열어두고

마루에 앉아 봉투를 붙인다 개 당 얼마였더라

적어도 1 원은 아니었던 것 같은데

엄마는 나보다 유능했네 꾹꾹 순화한 표현으로

네가 잘났어도 내가 낳았다 어디 얼마나

잘 사나 보자 했던 엄마의 울음 섞인 항변이

저주였다면 제대로 먹힌 거고 예언이었다면

참으로 용하다

하나도 변한 것이 없다 사라진 것도 없다

이미 지났거나 아직 오지 않은 시간이

일렬횡대로 어서 있다 돌아앉아

무한으로 수렴하는 어제와 내일이 한없이

뻗어 자란다 어둠 속으로 몸을 숨기는 먼 과거도

신기루처럼 흔들리다 투명하게 사라지는

미래도 모두 무의미의 시간인 것을

어리석은 나는 그 중간 어디쯤에 서서

오도가도 못하고 좌로 한 발 우로 두 발

혹은 좌로 두 발 우로 한 발 게걸음 걸어

진자운동을 하고 있다 도무지 진전이 없다

그래도 커다란 바위를 굴리며 위 아래로 고된

운명에 사역는 시지포스 형보다 형편이

나은 건가

완강한 시간의 장대를 등에 지고 백 년을

흔들려도 저 앞에 보이는 오아시스에는

결코 도달할 수 없으며

고단한 마음을 쉬게 할 날 또한 오지 않을

거라는 현타는 나를 무력하게 만든다

질긴 결속으로 대열을 유지한 채 양팔 벌려

굳건한 망상이 터널 앞에 선 나의 전생애를

주저앉히고 만다

고통을 감내하며 맨 끝의 점부터 하나씩

떼어내는 수밖에 없다 깨달음을 떠받칠 단호한

결기로 푸르게 빛나는 연장이 필요하다

살아보니 글이 그렇네 주눅든 마음은 일단

접어두고 써재끼기로 한다 내 글이 읽혀도 좋고

무심천(無心川)으로 영영 떠내려가도 좋고 어쩌다

나와 영혼이 포개지는 이를 만나면 춤을

추겠지만 아니어도 상관없다

내 아버지는 어깨에 새긴 푸른 일심一心으로

일생 무엇을 원했는지 모르겠으나 나는 마음을

다해 글로 나를 구원하기 위해 굼벵이처럼

꿈틀거리련다 식탁에 앉은 내 뒤로

설거지할 그릇이 장까지 쌓여도

나는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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