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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미 Apr 02. 2021

도봉산에 산철쭉이 필 때

봄을 찾아 떠나는 장소


 봄은 삭막하다.


아직은 겨울의 흔적이 남아있어서 메마른 모습이다. 봄여름 가을 겨울 어느 한 계절 이쁘지 않은 계절이 없다. 계절마다 만나는 산은 그 계절에 맞는 색이 있어서  예쁘고 싱그럽고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준다.  봄에 만나는 모습은 어떨까?


이른 봄이 지나고 꽃이 피기 시작하면 산에 오른다. 눈가는 곳마다 온통 연초록의 모습이 싱그러움을 안겨준다. 진하지 않은 연초록의 모습은  푸르름을 향해 손을 뻗고 있는 듯이 보인다. 겨우내 삭막하고 메말라있던 모습은 사라지고 희망을 안고 새 출발하는 모습으로 생기발랄하다.


떨어져 있는 마른 낙엽은 아직도 겨울처럼 삭막한 모습이다. 그 모습을 외면하고 시선을 위로 향하면 아주 예쁜 모습을 볼 수 있다. 돌계단을 하나씩 오르며 산속으로 들어갈수록 눈이 호강한다.  연한 초록의 옷을 입은 나무들이 얼마나 예쁘고 사랑스러운지 가던 발걸음을 멈추고 그 모습에 푹 빠기지 일쑤다.


연초록의 싱그러운 모습뿐이겠는가, 연초록과 아주 잘 어울리는 연분홍의 산철쭉이 피어있다. 연초록과 연분홍의 만남이다. 마치 새색시와 새신랑이 만나 수줍어하는 모습 같다.  정말 곱고 예쁘다.


연초록의 나무들 사이로 보이는 하늘은 또 어떤가? 그냥 빠져든다. 그곳에 멈춰 숨을 크게 들이쉬고 내쉬기를 반복한다. 산철쭉의 향기에 감싼 도봉산의 봄을 들이켠다. 행복감이 찾아든다.








도봉산에 산철쭉이 필 때면 산에 오른다.  초록으로 물든 나무와 연분홍 산철쭉이 어우러져 만들어낸 터널길이다.  오르다 보면 완연한 봄이 왔음을 실감한다.  이렇게 예쁜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얼마나 행복한지, 고맙다는 생각이 저절로 든다.


직장 생활에 대한 열정이 사라지고 일상생활에서도 뚜렷한 이유 없이 모든 일에 의욕이 시들해질 때 산에 오르는 즐거움을 알게 되었다. 재미없는 일상에 새롭게 찾아온 즐거움에 푹 빠져 지내며 산 사랑에 취했다. 산에 오르면서 보이는 모든 것들이 사랑스럽게 다가오고 그곳에 오를 수 있어서 그냥 좋다.


봄이 되어 나무에 새순이 돋고 연초록으로 물든 나뭇잎이 무성해질 때면 마음이 싱그러움으로 가득 채워짐을 느낀다. 초록이 조금씩 짙어지고 연분홍 산철쭉이 피어나면 그곳에서 곱디고운 봄을 만날 수 있다. 그 봄의 모습이 참 좋다. 무료해진 일상에 새 기운을 넣어주는 봄이다.  산철쭉과 함께 찾아와 준 도봉산의 봄은 다시 활력을 찾게 해 준다.










산철쭉이 필 때면 도봉산에 올라 봄을 담아온다. 연초록의 싱그러움에 버무려진 산철쭉, 부끄러움 많은 새색시 같은 모습이지만, 생기발랄함도 가지고 있다. 사방으로 뻗은 철쭉 가지를 볼 때는 수줍은 색시보다는 천방지축 귀여운 아가씨 같은 느낌이다.  덩달아 발랄해지고 싶어 진다.


열정이 사라져 무료해진 일상이 느껴질 때 어떤 방법으로 활력을 찾을 것인가, 고민이 많아진다.  맛있는 것을 찾아서 먹기도 하고  어디론가 훌쩍 떠나보기도 하겠지만, 사람 만나는 것이 부담스러운 요즘에는 혼자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도 필요하겠다.


산에 오르는 즐거움에 빠져있다면 놓지 말기를 바란다. 아직 느껴보지 못했다면 봄이 떠나기 전에 느껴보길 바란다.  봄에만 느낄 수 있는 기운을 경험해 봤으면 좋겠다.


봄비가 그치고 나면 도봉산에 가야겠다, 산철쭉이 지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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