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한 것들이 당연하지 않을 때

갑작스럽게 느껴지지 않도록

by 단미

눈 비비고 일어나...


아침에 일어나 눈 한번 비비는 것이 당연한 것인 줄 알았습니다. 세수하면서 눈을 비비는 것이 당연한 것인 줄 알았습니다. 6개월이 넘도록 눈을 시원스럽게 비빌 수 없는 현실에 놓이고서야 일없이 눈을 깜박거리는 일이 당연스럽지 않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순간순간 눈을 비비다가 깜짝 놀라며 아, 내 눈이 아직 정상적이지 않지, 그때서야 깨닫습니다. 눈에 차오른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릴 때 또 깨닫습니다. 울어야 할 때 눈물이 흘러준다는 사실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요. 시도 때도 없이 차오른 눈물이 흘러내릴 때 이 눈물을 어디에 써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보이지 않는 눈물샘이 얼마나 큰 일을 하는지도 알게 되었습니다.


차오른 눈물은 앞을 보기 힘들게 하지요. 눈을 뜨고 있으나 볼 수 없는 상황이 되기도 합니다.

차오른 눈물은 눈물샘이 고장 났음을 깨닫게 해 줍니다.







주말입니다. 날씨가 좋아서 나들이를 가고 싶어 졌습니다. 요 근래에 찾아온 병환으로 고생하는 시아버지가 생각났습니다. 병원을 다니면서 마음이 많이 피폐해졌을 것을 생각하니 짠한 마음이 생깁니다. 많이 약해지고 힘이 빠진 모습이 눈에 아른거립니다. 함께 봄나들이를 가자고 전화를 합니다.


반가워하시며 좋다 하십니다. 약속시간을 정하고 시댁으로 향합니다. 가는 도중 전화를 받습니다. 너희끼리 다녀와라 하십니다. 아버님은 나가고 싶었으나, 어머님이 힘드시다 하십니다.


어머님은 활발하게 사회생활을 하셨던 분입니다. 누구보다도 생각이 트이셔서 시집살이는 존재하지도 않았고 무엇이든 너 알아서 해라, 하시며 믿어주시던 분입니다. 그렇게 활발하게 일을 하시던 분이 갑자기 허리가 아프기 시작하더니, 걷기를 주저하십니다. 허리가 아프면서 다리도 아프다 합니다. 여기저기 다니며 검사를 해봤지만, 모두 이상 없음이라고 하는데 걷기가 힘들다 합니다.


차를 타고 이동하는 것인데도 잠깐 봄나들이 나가는 것도 힘들다 합니다. 똑바로 걸으며 내 몸을 내가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이 당연하지 않음을 알게 됩니다. 일상 속의 잠깐 하는 나들이마저 포기해야 합니다.








어느 날 갑자기 나에게 이런 일이 찾아올 줄 몰랐습니다. 무슨 일이 생기기 전에는 모든 것이 당연하다 생각했습니다. 아침에 눈 비비고 일어나는 것이 한낱 사소한 일상의 시작이라 생각했습니다. 세수를 하며 개운하게 눈을 비빌 수 있음은 지극히 사소한 일상임에도, 그 사소함이 당연스럽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미처 모르고 살았습니다.


언제나 건강하게 사는 날이 이어질 줄 알았습니다. 이유도 모르고 원인도 모른 체 이상한 병이 우리 몸을 찾아올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고 살았습니다. 그냥 내가 누리는 것들이 당연하다 생각했습니다. 세상에 당연한 것은 없다는 사실을 몸소 체험하며 깨닫습니다. 참 바보 같습니다. 그렇게 무심하게 무지하게 무감각하게 살았나 봅니다.


눈꺼풀 하나 움직임부터 온 몸을 움직여 내가 하고자 하는 행동들이 자유롭지 못하게 될 때, 우리는 깨닫습니다. 세상에 당연한 것은 없다고.


당연한 것들이 당연하지 않게 되었을 때, 절망합니다. 후회합니다. 반성합니다. 늦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갑작스럽게 당연스러움을 빼앗기지 않도록, 당연하지 않은 것들이 항상 당연한 것처럼 이어질 수 있도록 모든 것에 진심으로 대하고 노력해야겠습니다.@단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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