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덕분입니다. 고맙습니다, 엄마

고맙다, 애썼다~

by 단미



" 다 덕분입니다. 덕분에 여기까지 왔습니다. 고맙습니다, 엄마 "

대학 졸업을 앞두고 받은 너의 메시지에 눈물이 핑 돌았다, 뭉클하니 찡하더라.






26년 전 천둥번개가 치던 새벽에 3.3kg의 건강한 아이로 우리에게 왔단다. 네가 태어나고 의사 선생님이 그러시더라. 아기치고는 큰 키로 태어난 탓에 좁은 뱃속에서 다리를 펼 수 없었는지 발목이 약간 휘었다고. 휜 발목을 펴기 위해서 종아리부터 발목까지 깁스를 해야 했단다. 갓난아기가 세상에 나오자마자 큰 일을 치르느라 얼마 동안을 고생했던 모습이 눈에 선하게 떠오른다. 불편해하던 너를 보며 짠했던 마음이 되살아나는 듯하다. 고생하며 휜 발목도 펴지고 먹고 자고 무럭무럭 건강하게 탈없이 잘 자라 주었다.

4살 때쯤 되었을 거야, 엄마의 직장 동료들과 관악산을 갔었지. 그때 산을 오르며 대화를 나누던 때를 기억하니? 영특하고 똑 부러진 너의 말솜씨에 직장상사들이 얼마나 기특해했었는지, 지금도 가끔 그때의 일을 이야기하면서 옛 기억을 떠올리며 웃기도 한단다.

총명했던 너는 오빠 노릇도 잘했단다. 아직 어린 네가 어린이집에서 동생 손을 꼭 잡고 집으로 데리고 오던 모습은 잊을 수가 없구나. 기특하고 귀엽고 든든하고, 그렇게 예뻐 보일 수가 없었단다.

초등학교 입학통지서를 받고 설레었던 마음도 잠시, 입학하고 다른 아이들은 엄마 손잡고 등교하는데, 일하는 엄마 덕분에 혼자서 다녀야 했던 날들은 엄마를 많이 힘들게 했단다. 엄마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너무나 씩씩하게 잘 적응해줘서 눈물 나게 고마웠단다. 하교 후에도 집으로 가지 못하고 방과 후 교실에서 엄마 퇴근시간까지 보내야 했던 시간들, 생각하니 또다시 미안한 마음 가득하구나.

중학교 시절 잘 보내고 고등학생이 되고부터 어른이 되었다고 생각했을까? 자꾸 엄마 아빠의 뜻과 어긋나는 행동을 하게 되고, 그로 인해 아빠와 갈등이 생기고 조금씩 멀어지기 시작하면서 그 모습을 바라봐야 했던 시절에는 마음이 많이 아팠다. 분명, 마음은 그렇지 않을 것인데 행동은 어긋나고.. 결국, 힘든 일을 겪게 되는 상황까지 벌어졌을 때는 앞이 깜깜하더라.

착한 아들이 어쩌다가 그렇게 되었을까, 어디서부터 문제였을까, 다 엄마 탓인 거 같아서 많이 힘들었고 일하는 엄마라는 것이 너무나 싫었고 후회스럽기도 했단다. 학교를 찾아갈 일이 없었는데 좋지 않은 일로 학교를 찾아가야 했고, 그런 자리에 너와 함께 앉아 있어야 한다는 현실이 믿어지지가 않았다. 다행히, 그동안의 너의 행실이 바르고 처음 저지른 잘못에 대해 너그러운 처분에 감사할 뿐이더라.






고등학교를 졸업했지만, 기대감은 무너지고 의욕 없는 너는 대학을 포기했었지. 조금 늦게나마 다시 뭔가를 시작해보자는 마음으로 후기 대학을 알아보고 선택의 여지없이 합격한 곳으로 진학을 하게 되었다. 좀 더 일찍 포기하지 않고 뭔가를 결정했다면 조금이라도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었을까? 아쉽지만, 그것만으로도 다행이라 여겼다. 엄마가 보기에 그때 너의 모습은 모든 것을 포기한 모습이었거든. 그런 상황에서 새로운 생활에 도전한다는 자체가 고마운 일이었다. 지방에서의 독립된 생활은 낯설기도 하고 적응하기도 쉽지 않았을 텐데, 겉으로 보기에는 잘 적응하는 듯해 보였다. 자주 오가지 못하는 상황이라 잘 지내주길 바랄 뿐이었다.

철없던 대학생에서 군인으로, 군인에서 다시 대학생으로 돌아왔을 때는 넌 완전히 변한 모습으로 엄마를 깜짝 놀라게 했었지. 혼자 지내도 걱정이 되지 않았다. 그만큼 든든하게 믿음을 주는 아들로 성장했다는 것을 느꼈었지.

성실하게 열심히 노력한 덕분에 좋은 성적으로 장학금을 받으며 대학생활을 마쳤다. 기특하고 고마웠다. 이제는 가고 싶은 곳으로 취직만 하면 모든 것이 잘 마무리되어 너의 앞날을 축복해 줄 것 같았다. 졸업하고 취업을 준비하는데 큰 변수가 생겨서 어렵게 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하지만, 결국은 또 그 상황이 취업을 도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다. 코로나 19로 인해 대폭 감소한 기업체의 구인계획, 또 반대로 네가 일해야 하는 분야는 인원이 더 필요한 상태가 되어서 기회를 잡기 좋을 것도 같았다.

그럼에도, 아직 경험이 없는 사회초년생을 위한 길은 쉽게 열리지 않았다. 내색하지 못하면서도 안타까웠다. 너도 표현하지 않았지만 맘속으로 많은 고민을 했겠지. 친구들이 하나둘씩 취업에 성공하는 모습을 보며 조급한 마음이었을 텐데, 꿋꿋하게 포기하지 않고 도전하며 애쓴 보람이 찾아왔다.






드디어,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배운 것을 현장에서 경험해 보고 싶어 했던 원하는 시간이 현실로 다가왔다. 준비하고 기다리며 버텨내느라 고생했다. 애썼다, 고맙다. 이제는 새로운 환경에서 꿈을 향해 노력하는 시간으로 채워야 할 때이다. 사회생활의 첫 발을 내딛는 발걸음에 응원과 박수를 보낸다.


일하는 엄마라는 입장이 후회될 때도 있었고 어쩌다 한번, 가끔은 으쓱할 때도 있었지만, 일하는 엄마로 남을 수 있게 해 준 것은 든든한 너의 도움이 컸다는 것을 무시할 수 없다. 어릴 때부터 성인이 된 지금까지 엄마랑 소통하는 아들이어서 어려움 없이 일 할 수 있었다. 엄마 입장에서는 늘 미안한 마음을 안고 살아왔지만, 우리 엄마의 모습은 멋지게 일하는 모습으로 받아들여준 네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제는 같은 직장인으로 소통할 수 있겠구나. 앞으로의 너의 시간들이 기대된다.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앞으로도 엄마가 엄마다운 모습으로 살아갈 수 있게 든든하고 멋진 아들과 엄마로 함께 성장해 나가자.


멋진 아들, 고맙다.


이전 16화무모한 도전, 설악은 설악이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