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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미 Jun 30. 2021

여름휴가, 불편한 기억마저 그립다

지난여름이야기


강원도 속초로 출발했다.

뜨거운 여름날 바닷가에서 보낸 시간이 아득하게 다가온다. 아이들은 어렸고 시부모님은 젊었다.

시댁에서 함께 산다는 이유로 늘 함께 했다.

여름휴가라고 다르지 않았다.


아주 오래 전이기도 했지만,

어딜 나서면 뭘 그리 바리바리 싸가는지,

보는 나는 못마땅했지만 어른들의 일을 말릴 수도 없었다.


휴가지에 도착하면 짐이 한 보따리,

자고로 휴가란 즐겁게 편하게 맛있게 신나게 다녀와야 하는 것이 아니던가.


집을 나서면 보는 즐거움 먹는 즐거움이 있어야 하거늘, 집에서나 밖에서나 다를 것이 없다면 무슨 재미일까. 그나마 속초 바닷가에서 신나게 놀았던 기억이 위로가 되었다.








경북 예천으로 떠났다.

계곡을 찾아 떠난 길, 여섯 식구가 편하게 쉴 수 있는 곳이 쉽지 않다. 계곡으로 가는 길도 마찬가지다. 바리바리 싼 짐이 한 보따리.

그때는 그나마 괜찮다. 계곡이니 뭔가 음식을 해서 먹을만하다.


마음은 불편하지만 얼굴은 웃어야 했던 기억,

아직 새내기 며느리가 감히 얼굴을 찌푸릴 수 없었다. 요리를 못하는 며느리의 마음은 한없이 불편하다. 그런데도 시어머니가 해주는 음식을 잘 도 먹었다.








어느 해는 사정이 생겨 휴가를 멀리 떠날 수 없었다.

가까운 계곡을 찾아 나섰다. 집이 가깝다는 이유로 음식을 만들어 바리바리 준비한다. 집을 나서기 전부터 지친다.


이미 마음은 상했다.

그런데도 멈출 수 없다.

가족 모두가 함께 하는 시간이기에.


불편한 마음으로 나섰지만,

바리바리 싸온 음식이 왜 그렇게 맛있는지,

속도 좋다.









돌이켜보니,

여름휴가를 멋스럽게 다녀온 기억은 없지만,

늘 부모님과 아이들과 함께 움직였다.


처음에는 낯선 분위기가 불편해서 싫었고

아이들이 자라고 조금 익숙해졌을 때는 서로의 취향이 달라서 불편한 문제가 생겼다.


지난날 여름휴가를 생각하면, 한없이 즐거운 기억만 있는 것이 아니라, 뭔가 불편함이 동반되는 기억으로 떠오른다. 아마도, 부모님과 함께하는 휴가가 썩 반갑지만은 않았나 보다.


그때는 당연스럽게 받아들였지만, 따로따로 즐겼어도 좋지 않았을까. 부모님도 젊은 나이였으니 충분히 그래도 좋았을 텐데.



여행이 자유롭지 못한 현실이기도 하지만,

이제는 불편한 휴가를 가고 싶어도 갈 수가 없다.


이미 나이 드신 부모님은 멀리 여행 가기 힘들고

아이들은 다 자라서 함께 하려 하지 않고

남은 것은 우리 부부, 둘이서는 심심하다.


아무리 좋은 곳을 가더라도 둘이서는 재미가 덜하다. 북적이며 가족 모두가 움직였을 때가 좋았다는 생각이 든다.


지난날 여름휴가는 조금 불편했을지언정,

함께 했던 그 시간은 그리움으로 남았다.


다시,

함께 떠나는 여름휴가를 꿈꿔본다.@단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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