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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단미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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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미 Sep 07. 2021

고등어는 굽고 미안함은 태우고



노릇노릇 바삭하게 구워진 고등어구이,

늦은 아침을 먹기 위해 고등어를 굽다 보니 어머니와 고등어라는 노래가 떠오릅니다.


"한밤중에 목이 말라 냉장고를 열어보니 한 귀퉁이에 고등어가 소금에 절여져 있네~"








아이들이 다 자라 이제는 밥해놔야 하는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지만, 어렸을 때는 뭘 해놔야 할지 날마다 밥걱정이었던 때가 있었습니다. 맞벌이를 하면서 아이들을 챙기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는데 지난날을 어찌 보냈나 싶습니다.


고등어구이는 바로 구워서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함이 느껴질 때, 따뜻할 때 먹어야 맛있지요. 바로 먹을 수 없는 이유로 고등어는 늘 조림을 해놨었고, 아침에 해놓은 고등어조림은 식어서 아이들이 데워서 먹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데워서 잘 먹었는지, 퇴근해서 가보면 먹지 않고 아침에 해놓은 상태로 그대로 있을 때도 많아서 그 모습을 보고 속상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지요.


손도 대지 않은 고등어조림을 다시 데워서 저녁으로 먹는 경우도 많았고, 이렇게 잘 먹지 않게 되는 생선요리는 안 하게 되고, 주로 그냥 먹어도 지장 없는 볶음밥이나 된장찌개, 김치찌개를 해놓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던 거 같습니다. 요리를 잘하는 엄마였으면 아이들이 먹기 쉽게 잘해줬을 텐데... 맞벌이를 하면서 요리까지 잘하지못해서 늘 먹거리를 준비하는 것이 어려운 숙제였지요.


부랴부랴 퇴근해서 저녁 준비하는 시간에 생선을 구워 먹는 것이 번거롭기도 하고 쉽게 되지 않아서 남들은 흔하게 먹는 고등어구이를 주말이나 되어서야 편하게 구워 먹었던 기억도 납니다.


퇴근하고 어린이집에서 아이들을 만나 손잡고 집으로 향하며 다시 새로운 하루가 시작되는 듯한 시간, 동동거리며 어떻게 그런 시간을 살았는지, 다시 돌아간다면 못할 거 같습니다.








시간이 많이 흘렀습니다. 아이들이 성인이 되어 이제는 밥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는 나이가 되었습니다. 오히려 엄마가 해주는 밥보다 더 잘해 먹는 나이가 되었어요. 엄마를 위해 뭔가를 해 주기도 합니다. 아이들이 다 자라고 보니, 미안한 것들이 참 많습니다. 맞벌이를 하게 된 것이 아이들을 위한 것이 아니고 어른들의 욕심이 아니었나 생각도 들고, 제때 제대로 먹이지 못하고 미안한 마음만 축적시키며 지나온 시간입니다.


어린 자녀를 둔 맞벌이하는 엄마라면 아무리 잘해도 미안한 마음은 늘 안고 생활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제가 그랬듯이 함께 하지 못한 시간은 그 어떤 것으로도 채울 수 없으니까요. 돌이켜 생각해 보면 그럼에도 잘 자라준 아이들이 한없이 고마울 뿐입니다. 엄마도 힘들었지만 아이들도 많이 힘들었을 시간일 테니까요. 그때는 몰랐고 보이지 않던 것들이 나이가 든 지금에서야 알게 되고 볼 수 있게 됩니다.


고등어구이를 좋아하는 딸은 노릇하게 바삭하게 구워주면 고등어 한 토막을 금세 먹습니다. 잘 구워진 고등어에 밥을 먹는 모습을 보면 제 마음이 흐뭇해집니다. 어릴 적에 해주지 못한 것이 미안함으로 남아있는데 지금 잘 먹는 모습에 미안한 마음이 조금씩 털어지는 느낌입니다.


고등어구이 한 조각에 지난날에 쌓아둔 미안함 한 줌 얹어 굽습니다. 지글지글 구워지는 동안 미안함은 날아가고 맛있는 고등어구이만 남습니다. 고등어구이를 보며 문득 지난날이 떠오른 시간, 어린 자녀를 양육하며 맞벌이하는 씩씩한 엄마들에게 힘찬 응원을 보냅니다. @단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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