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와이셔츠를 다렸습니다
아들이 첫 출근을 합니다.
얼마만인가, 정말로 오랜만에 하얀 와이셔츠를 다렸습니다. 오래전 퇴직한 남편이 대기업에 재직하던 시절에 와이셔츠를 다려보고 그 후로는 어쩌다, 정말 어쩌다 한 번 다려봤을까... 참으로 오랜만에 하얀 와이셔츠를 다려봤습니다.
분무기로 물을 뿌려서 촉촉해진 셔츠를 열이 가해진 다리미가 주름을 펴 주는 모습을 보니, 기분이 좋습니다. 이 기분 좋음은 주름이 펴져서 좋은 걸까요, 아들 셔츠를 다려서 좋은 걸까요? 아마도 대학 졸업 후, 취업준비하느라 보낸 힘든 시간을 끝내고 좋은 곳에 취직해서 출근하는 아들이 기특해서 느끼는 기분 좋음일 거라 생각됩니다.
맞벌이를 하던 저는 주말이면 일주일 동안 입을 남편의 와이셔츠를 한꺼번에 다림질을 하곤 했습니다. 지금은 저렴한 비용으로 세탁소에 맡겨서 다림질을 간편하게 해결하는 것을 보며, 옛날 생각이 많이 나기도 하더라지요. 그때도 세탁소에 맡겨서 할 수도 있었겠지만, 가정에서 이용하는 분들이 흔하지는 않았던 거 같습니다. 매일 입고 벗은 셔츠를 빨아서 보관했다가 주말에 한꺼번에 다림질하는 것이 숙제였습니다. 다림질 숙제를 끝내 놔야 주말을 편하게 보낼 수 있었지요. 주말에 외출하는 일이 생기기라도 하면, 다림질 숙제는 늘 밤늦게 하곤 했습니다.
외출 후 집으로 돌아와 아이들 재우고 모두가 잠든 시간에 다림질 숙제를 하는 경우도 참 많았습니다. 그나마 여름 셔츠는 수월하지요. 가을, 겨울 셔츠는 긴팔이어서 주부 초보인 저에게는 여간 힘든 일이었답니다. 처음에 다림질을 하면서 정말 힘들게 했던 기억이 나네요. 이쪽 주름을 펴고 보면 저쪽이 주름져 있고, 다시 이쪽을 다림질 하면 또 다른 쪽이 주름지고.. 혼자서 씩씩거리면서 했던 기억도 납니다.
자주 하다 보니, 나중에는 다림질은 일도 아니게 잘할 수 있게 되었지만 다림질에 대한 힘든 기억이 이렇게 추억이 되어 소환될지 몰랐습니다. 남편 와이셔츠 다림질을 오래전에 졸업했건만, 다시 아들의 셔츠를 다림질하고 있습니다. 당분간은 즐거운 마음으로 주름 쫙 펴지게 말끔한 다림질을 하고 있을 거 같습니다. 주름 펴진 하얀 와이셔츠처럼 아들의 앞날에도 주름 걱정 없는 탄탄대로이길 바라는 마음으로 기쁘게 다림질해야겠습니다.
아들이 취업하고 나니 와이셔츠의 주름이 펴지듯, 엄마인 제 마음의 주름도 쫙 펴졌습니다. 대학을 졸업하고도 아직 취업을 준비 중인 수많은 취준생들의 마음고생 주름도 하루빨리 펴지는 날을 맞이했으면 좋겠습니다.
사는 동안 마음에 주름질 일이 수없이 많을 테지만, 순간순간 지혜롭게 현명하게 대처해 나가는 아들이 되기를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