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밥에 김치 한입

밥을 아주 좋아합니다. 골고루 먹으면 좋을 텐데 잡곡보다는 쌀밥을 좋아합니다. 주변에서 밥순이라고 놀리기도 하지요. 무엇을 먹든 끼니에 밥을 먹어야 하는 사람이지요. 김치도 좋아합니다. 특히 배추김치를 좋아합니다.

어제는 퇴근하고 저녁 준비를 하는데 택배가 도착했습니다. 뭘 주문한 것이 없는데 뭘까? 궁금해하며 열어보니, 친구가 김장을 했다고 김장김치를 보냈더군요. 제가 좋아하는 배추김치입니다. 아주 반가운 선물이네요.

요리를 못하는 제가 김치를 담가먹는 일은 없습니다. 누군가 해주는 거 받아먹고 때론 사 먹기도 하지요. 친정과 시댁에서 보내주었던 지난 시절에는 염치도 없이 잘 먹었습니다. 양가 모두 연세가 드시고 김치 담그는 일이 쉬운 일이 아니란 걸 알기에 이제는 준다고 해도 받아먹기가 송구스러워 거절하게 됩니다.

그러는 저에게 김치 선물이 얼마나 크고 고마운 선물인지 아시겠지요? 갓 지은 쌀밥에 버무린 지 얼마 되지 않은 김장김치를 쭉 찢어 얹어서 야무지게 한 숟갈 먹습니다. 음~ 꿀맛입니다.

김치를 보내준 친구는 요리를 아주 잘합니다. 주부 9단쯤 될 겁니다. 살림꾼이지요. 못하는 요리가 없을 정도로 잘하고 맛도 좋습니다. 솜씨가 보통이 아닙니다. 오죽하면 반찬가게를 하라고 권하기까지 했을까요. 차라리 반찬가게를 하면 마음 편히 사 먹으면 좋을 텐데... 이렇게 가끔씩 보내주는 음식에 고마우면서도 미안하기도 합니다.

누군가 마음을 베풀면 거절하지 않습니다. 음식은 못하지만, 제가 할 수 있는 다른 방법으로 마음을 다시 전하면 되는 것이니까요. 신세 지기 싫어서 담쌓고 도움받지 않으려는 마음에는 반대입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오고 가는 정이 있어야지요. 그런 마음에서 누군가 저에게 좋은 마음으로 베푸는 온정을 거절하지 않는 것이지요. 오히려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생각하고 챙겨주는 마음이 고마운 것이지요.

어쩌면, 같은 나이인데도 누구는 요리를 잘하고 누구는 살림에는 전혀 솜씨가 없는 것일까요? 이것은 관심의 문제를 넘어서는 것 같습니다. 재능이 타고나듯이 요리 솜씨, 손맛도 어느 정도는 타고나는 것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저는 요리 솜씨는 타고나지 못했지만, 글쓰기를 하며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을 즐거워하는 것은 타고난듯합니다. 그러니 요리 솜씨 없다고 억울해할 필요는 없겠지요? 누구나 타고난 재능이 다르다고 생각하렵니다.

김장김치를 선물 받고 저녁식사를 하는 내내 행복했습니다. 김치가 꿀맛입니다. 친구의 마음이 와닿습니다. 김장하느라 허리가 아프게 앉았다 일어섰다를 수없이 했을 텐데, 가만히 앉아서 맛있는 김치를 받아먹습니다.

고마움이 큽니다. 김치를 버무리며 보내줘야겠다고 챙기며 나를 생각했을 그 마음이 그저 감사하네요. 나는 뭘 나눠줄 수 있을지 생각해 봐야겠습니다. 퇴근시간이 다가옵니다. 쌀밥에 김치 얹어 먹을 생각에 마음이 바빠집니다. 친구의 사랑을 먹으러 갑니다. 행복한 저녁시간 보내시기 바랍니다. @단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