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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단미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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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미 Jan 29. 2022

미안하다, 그 마음 예전엔 몰랐다

자다가 깨서 드는 생각


늦게 자더라도, 한번 잠들면 아침까지 잘 잤는데 최근 들어 중간에 깨는 날이 많다. 잘 꾸지 않던 꿈을 꾸기도 하고, 화장실을 가려고 깨기도 한다. 잠귀가 밝아 작은 소리에도 예민하게 반응하며 곤한 잠을 방해받기도 한다.  새벽 산행을 하느라 일찍 자려고 애쓴 덕분에 늦게 잠드는 것은 점점 좋아지고 있고, 애쓴 만큼 좋아져서 다행이다.



며칠 전, 무슨 이유인지 기억나지 않지만 자다가 또 깼다. 한번 잠이 깨면 다시 잠들기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화장실을 다녀오고 잠을 청해 보지만 쉽게 잠이 들지 않았다. 뒤척이다 옆에서 곤히 자고 있는 남편을 보며 많은 생각이 들었다.



문득, 자고 있는 남편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난데없이 새벽 산행을 한다고 하니 같이 동행해 주느라 애쓰고 있다.  든든한 지원군이 생겨서 좋지만 생각지도 않은 새벽 산행을 하게 된 남편은 무슨 날벼락인지, 함께해 주는 그 마음과 행동이 고맙고 미안하다.








암 수술을 하고 어느 정도 회복되었을 때 했던 말이 잊히지 않는다. 내가 아픈 것이 본인 때문이라고 미안하고 화가 나서 견딜 수가 없다며 눈물을 보이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잘못이라면 몸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내 잘못이지 누구 때문이 어디 있으며 화낼 일도 미안할 일도 아니거늘, 자기를 만나 고생시켜 아픈 것처럼 미안해했다.



내가 아프면, 퉁명스럽게 화를 냈던 모습이 미안함이 커서였다는 것을 그땐 몰랐다. 퉁명스러운 표현에 서운하고 속상해하기만 했지 그 마음이 어떨지를 헤아리지 못했던 젊은 시절이었다. 나이가 들면서 퉁명스러움은 친절함으로 변해갔고 자상 함인지 잔소리인지 모를 만큼 많은 표현을 하면서 그 마음이 그랬구나, 깨닫게 되었다.








요즘 들어 미안한 마음이 크다. 자꾸만 미안해진다. 잘해줘서 미안하고 뭐든지 해주려고 애쓰는 모습을 보기도 미안하다. 그만큼 고마운 마음도 크다. 잘해줘서 고맙고 챙겨줘서 고맙다. 뭐든 하고자 하는 일에 도움을 주고자 하는 그 마음이 한없이 고맙다.



살다 보니 내가 변한 것일까?

살아가다 남편이 변한 것일까?



상대로 인해 내가 변한 것일까 나로 인해 상대가 변한 것일까, 그것도 아니면 나이 들면서 자연스럽게 이렇게 변해가는 것일까? 자다가 깨서 이런저런 생각에 빠져 잠을 이루지 못한 날이다. 아픈 아내 입장이 되고 보니 미안한 마음이 커져서 울컥해지기도 했다. 부부로 살면서 미안한 마음을 갖게 될 줄 예전엔 미처 몰랐다. @단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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