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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미 May 09. 2022

우리 만날까?

보고 싶다 친구야



주말 오후, 느지막이 산에 올랐다. 주말은 특별히 하는 일이 없어도 시간은 금방 흘러간다.  점심을 먹고 나니 조금 여유롭다. 평일에 하던 새벽 산행을 주말이 되면 조금 미루기도 한다. 아침 컨디션에 따라 일주일 동안 쌓인 피로를 풀 겸, 휴식을 취할 겸 오후 산행을 하는 것으로 바꾸기도 한다.



짜인 시간에 맞춰 규칙적인 생활을 하다가 주말이 되면 약간 흐트러진 시간 속에서 여유를 찾기도 한다. 때로는 정해진 일상이 무너져 무의미하게 보내는 시간이 허탈함을 안겨주기도 하지만, 무슨 대단한 삶을 산다고 주말마저 빠듯하게 보내나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주말은 몸도 마음도 느슨하게 보내고 있다.







오후에 산에 올라 하루의 운동량을 채우고 하산했다. 날씨도 좋고 기분도 좋다. 즐거운 마음으로 걷다가 눈에 들어온 아름다운 모습에 웃음이 흘러나왔다. 나이 지긋하신 아저씨 세 분이 계곡 난간에 팔을 얹고 산을 바라보며 즐거운 대화를 나눈다. 대화 내용이 무엇인지도 모르는데 들려오는 웃음소리에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



즐거운 분위기의 뒷모습을 보며 어릴 적 친구들이 떠올랐다. 코로나로 인해 소꿉친구들 만난 지가 언제였는지 기억도 없다. 어린 시절 동네 냇가에서 물장구치며 놀았던 친구들은 어른이 되어서도 남자 여자 구분 없이 그냥 소꿉친구로 이어졌다.



언제 만났는지 기억이 없을 만큼 긴 시간을 만나지 못하다가 어느 순간 만나게 되면 어제 만난 사람처럼 편하고 친근하다. 무슨 이야기를 해도 즐겁다. 의미 없는 수다에 즐거움은 커진다.



나란히 서서 산과 계곡물 흐르는 모습을 보며 여유롭게 즐거워하는 분들이 부럽다. 나에게도 그런 친구가 있었는데 다들 어떻게 살고 있는지.







산길을 걷다 보면 연초록의 아름다움에 빠져 숲에서 나가기 싫다. 아침에 만나는 숲 속의 풍경은 날마다 새롭다. 어젯밤에 내린 비가 땅을 촉촉이 적셔준 덕분에 바스락거리던 메마른 낙엽이 푹신하게 느껴진다.



촉촉해진 산길을 걸으며 친구들을 떠올려봤다. 개구쟁이 같은 모습이 연상되던 나이 지긋하신 분들의 뒷모습에서 친구들의 모습이 그려졌었다. 친구들을 좋아하고 친구가 최고였던 시절이 있었다. 모든 것을 쏟아붓듯이 친구를 좋아했던 시절은 추억이 되었다. 좋았던 그때의 시절로 다시 돌아갈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점점 짙어지는 초록, 무성해진 나무들을 보며 마음이 즐겁다. 우연히 만난 사람들의 모습에서 친구들을 떠올리며 추억을 더듬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우정 변치 말자며 다짐했던 순간들이 무색해진다. 만나지 않고 지내는 시간에 익숙해져 이제는 만나자고 하는 일이 부담으로 다가올 수도 있겠다.



좋았던 시절의 감정이 더 무뎌지기 전에 개구쟁이 시절  마음을 장착하고 다시 만나야 하지 않을까 싶다. 나이가 들수록 친구가 필요하다고 하더라. 함께 보낸 어린 시절의 추억은 소중한 자산이다. 어른이 되어서도 따뜻한 정서로 이어주는 그 끈을 놓지 말자. 우린 친구니까. @단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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