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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미 May 11. 2022

엄마는 이런 마음 알까?

라일락 꽃 향기 맡으며



라일락 꽃향기가 좋아서 친정집 마당에 한그루 심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부탁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라일락꽃나무 두 그루를 사다가 심었다는 연락을 받았다. 당장 가서 보고 싶은 마음이었지만 일상을 팽개치고 고향으로 갈 수가 없었다. 안달 나는 마음만 간직한 채 시간이 지나고 5월이 되었다. 가정의 달이다. 어버이날이 있기도 하다.



친정에 다녀온 지 오래되었다. 어버이날을 핑계 삼아 다녀와야겠다고 마음먹고 일정을 맞추었다. 오랜만에 친정 가는 길이 여행을 떠나는 것처럼 설레는 기분을 안겨주었다. 날씨 따라 기분도 화창하다.








엄마는 늘 바쁘다. 농사일이  딱 떨어지게 마무리되는 일이 아니란 것을 안다. 계획한 일을 끝내지 않으면 쉬지 않는다. 일을 하고 또 하고 하루가 다 가도록 일을 하신다. 농사가 시작되는 봄부터 시작해 여름을 지나고 수확을 하는 가을까지 쉼 없이 바쁘다. 겨울이라고 딱히 한가하지는 않지만 농번기만큼은 아니기에 그나마 다행스럽다.



그렇게 바쁜 엄마인 줄 알면서도 엄마가 보고 싶어 내려갔다.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엄마, 여지없이 바쁘다. 새벽부터 일어나 하루가 시작된다. 달그락거리는 소리에 잠에서 깬다. 엄마는 이미 일하러 나갈 준비를 마쳤다.



그렇게 하루가 시작된다. 엄마는 일하러 나가시고 딸은 다시 잠을 청한다. 친정에 가면 잠이 그렇게 달콤할 수가 없다. 자고 또 자도 쏟아지는 잠이다. 새벽에 나서는 엄마를 따라나설 수가 없다. 시간이 지나고 도시에서 일상이 시작되는 시간이 되면 잠에서 깬다. 그제야 주섬주섬 챙겨 입고 엄마를 찾아 나선다.








엄마를 찾아 밭으로 가더라도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 해보지 않은 농사일은 서툴고 힘들다. 그냥 일하는 장소에서 엄마랑  함께 보낸다는 것에 의미를 둘뿐, 일손을 도와줄 정도는 못된다. 엄마 뒤를 졸졸 따라다니는 아이처럼 친정에 가면 그렇게 된다. 그것이 짧은 시간 동안 함께 할 수 있는 방법이니까.



오랜 세월 이어져온 생활이어서 서운해하기보다는 그러려니 한다. 해서 도움 되지 않는 일은 무리하게 하지 않는다. 그저  일하는 엄마 곁에 머무르며 말동무해주는 것이 할 일이라 여겨질 때도 있다.



엄마 보러 간 딸은 하루 종일 잠만 자고 올 때도 있다. 객지 생활 고생한다며 푹 쉬었다 가라고 자는 시간을 방해하지 않는다. 그런 날은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 죄송한 마음으로 가득 채워지기도 한다.



 





좋아하는 라일락꽃이 예쁘게 피었다. 향기가 좋다. 색이 진한 작약도 피었다. 동백나무, 사과나무, 대추나무가 있는 앞마당이 풍성하다. 다른 한쪽에는 상추도 있고 배추도 있다. 들에 나가지 않아도 마당이 밭이다.



엄마 보러 간 딸에게 엄마를 보여줄 수는 없는 것일까? 일하는 엄마가 아닌 딸과 함께 보내는 엄마의 모습은 어디서 만날 수 있을까? 정성으로 가꾼 농작물은 엄마의 또 다른 자식 이리라. 하루에도 몇 번씩 오고 가며 온 마음을 다해 정성을 쏟는다. 그것은 엄마의 삶이다.



하루쯤 아니, 몇 시간이라도 오붓하게 함께 할 수는 없는지, 문득 친정 엄마에게 서운함을 느낀다. 이런 이기적인 마음을 안다면 엄마는 미안해할까? 싱그러운 봄날 라일락 꽃향기 맡으며 함께이고 싶다. @단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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