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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미 Jun 24. 2022

엄마의 꽃밭

엄마는 텃밭보다 꽃밭이 좋다고 하셨어.




한바탕 비가 내리고 난 아침은 맑고 깨끗합니다.

가뭄에 목말라하던 나무들도 물을 흠뻑 머금은 모습입니다.  

먼지 가득했던 거리도 깨끗해진 느낌입니다.



비 오는 날이면 마당에 나가 꽃들에게 말을 거는 엄마는

마당 한편을 텃밭 대신 꽃밭으로 가꾸고 계십니다.



뜨거운 날에는 목마를까 물을 뿌려주고

비 오는 날에는 쓰러질까 말 걸어주며

애지중지 사랑으로 가꾸는 모습이 정성 가득합니다.







엄마의 꽃밭에 여름 코스모스가 피었습니다.

초록과 어우러진 노랑, 주황, 빨강 코스모스가 예쁩니다.

사랑스럽게 바라보며 카메라에 담으라고 재촉하십니다.



꽃을 보며 웃는 시간,

이렇게 여유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음이 너무나 감사합니다.

어려운 시절 보내고 나니

엄마도  웃는 날이 오네요.



길고 길었던 힘든 시간도

지금 편안하게 웃을 수 있으면

그 모든 것을 덮을 수 있나 봅니다.

지난 시간은 다 잊어버린 듯 행복한 시간입니다.








긴 담장을 따라 나란히 피어있는 꽃들이 싱그럽습니다.

빨간색 코스모스는 그 자체로 강렬한 매력이 뿜어져 나오네요.



한들거리며 나도 봐달라는 듯

여기저기 피어있는 꽃을 보며

환하게 웃는 엄마는 소녀 같습니다.



대문을 나서면 농사일로 정신없이 바쁜 일상이 되더라도

담장 안에서는 편안하고 여유로운 시간입니다.

좀 더 많은 시간을 꽃들과 함께 보냈으면 좋겠습니다.







새벽에 일어나 농사일을 시작하는

엄마의 부지런함은 도저히 따라갈 수가 없습니다.  

작은 몸 어디에서 에너지가 나오는지

많은 농사일을 다 해내시는 모습은 존경스럽기까지 합니다.



그렇게 바쁜 농사철에도 드나들 때마다

꽃들에게 인사하고 안녕을 묻습니다.



꽃밭에서 자라고 있는 많은 꽃들은

엄마의 말동무가 되어줍니다.

잠시 쉴 수 있는 여유를 주기도 합니다.








봉숭아, 채송화, 작약, 코스모스, 라일락, 장미,

엄마의 꽃밭에는 다양한 꽃들이 피어납니다.


중간 어디쯤 대추나무도 있고

감나무도 자라고 있습니다.


꽃들 사이로 상추도 심고

부추도 자라고 있는 모습을 보니,

어쩔 수 없는 농부 시네요.



엄마는 피고 지는 꽃을 보며 시간을 헤아리고

지난 시절을 곱씹기도 합니다.


엄마 따라  딸도 추억에 젖기도 합니다.

봉숭아꽃을 따서 손톱에 물들이던 어린 시절을 떠올리기도 하고,

채송화 잎을 따서 소꿉놀이하던 모습을 기억해 내기도 합니다.



텃밭 대신 꽃밭이 좋다는 우리 엄마,

꽃처럼 환하게 웃으며 내내 건강하고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단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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