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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미 Jan 30. 2022

엄마는 콩나물을 보낸다고 하셨어

좋은 것을 먹이고 싶은 엄마 마음


바쁜 농사일이 끝나자 집안에서 일거리를 만들어 분주하게 움직이신다. 하루라도 일없이 쉬는 날이 없고 날마다 무슨 일이 그리 생기는지, 그 부지런함에 존경심이 절로 생긴다. 며칠 전 전화가 왔다. 콩나물을 기르고 있다며 나중에 다 자라면 보내주겠다고 하셨다.



그렇게 통화한 후 잊어버리고 며칠이 지났다. 다시 전화가 왔다. 콩나물 보냈으니 무침으로도 먹고 얼큰하게 국도 끓여먹어라 하신다. 그런데 검은 천으로 덮어야 했는데 하얀 천으로 덮어서 콩나물이 파랗다고 하셨다. 과연 받고 보니, 콩나물 머리가 파란빛이 보였다. 한두 번 해본 것이 아닐 텐데 왜 그러셨는지 모르겠다.



아무튼 콩나물을 받았으니 두고 먹을 수 없어서 바로 데쳐서 무침을 하고 콩나물국을 할 만큼 조금 남겨 놓았다. 콩나물무침은 고춧가루가 들어가지 않은 하얀 나물을 좋아한다. 이것은 어릴 때부터 엄마가 해주던 콩나물무침이다.



상품 가치로 보자면 시중에서 판매하는 콩나물에 비해 많이 떨어지지만 맛은 고소함이 훨씬 더하다. 가늘고 파란빛이 도는 콩나물이 섞여있지만 맛은 최고다.








아들이 맛보더니 콩나물 맛있네~ 한다. 딸도 맛있다고 한다. 남편도 잘 먹는다. 다행이다. 요리를 못하는 나는 엄마가 보내주는 여러 가지 농산물을 날것으로 받으면 부담스럽다. 귀한 농산물을 제대로 요리하지 못하면 애써 지은 농사가 헛수고가 되는 것 같아서 미안스럽다.



마트에 가면 2천 원이면 살 수 있는 콩나물을 그보다 훨씬 비싼 택배비를 지불하고 보내주신다. 콩나물 값이나 택배비가 문제가 아니다. 직접 기른 콩나물을 딸 입에 먹이고 싶은 것이다. 여기서 사 먹으면 되니 안 보내도 된다고 해도 좋은 것이니 받아서 먹으란다.



좋은 것, 콩나물 하나라도 좋은 것을 먹이고 싶은 엄마 마음을 받은 것이다. 엄마가 보내준 농산물을 흔하게 접할 수 있고 쉽게 받아먹으니 귀한 줄 몰랐다. 엄마에게 부탁하면 그냥 먹을 수 있는 것이라 생각했던 마음이 나이가 들면서 엄마가 보내준 것을 대하는 마음이 달라졌다.



엄마가 보내준 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 사실이 고맙고 감사하다. 모든 것이 귀하고 귀하다. 요리를 잘하지 못하지만 엄마가 보내준 것은 하나라도 버려지는 일이 없도록 감사한 마음으로 먹게 된다.



흔하디 흔한 콩나물, 먹기 힘든 귀한 음식은 아니지만 엄마가 직접 기른 콩나물은 세상에 이것뿐이지 않은가. 콩나물에 물 주듯이 엄마 마음을 듬뿍 담아 보내준 콩나물이다. 콩나물을 먹는 동안 마음속에는 엄마의 사랑이 쑥쑥 자라고 있다. 엄마는 다음에 또 무엇을 보낼지 궁리하고 계시겠지. 좋은 것 주고 싶은 마음 가득 담아서. @단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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