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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미 Sep 01. 2020

티브이가 고장 났다

일상도 헝클어졌다.


티브이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집이 절간처럼 느껴져 그 분위기가 어색하다. 습관처럼 켜져 있던 티브이가 엄청난 소음이었다니 놀랍다. 티브이를 즐겨보던 남편은 할 일을 찾지 못하고 서성인다. 저녁을 먹고 누려야 하는 시간이 사라진 것이다. 


날마다 반복되는 습관에 길들여진대로 살아가는 것이 일상에서 얻는 편안함이라는 것을 그때는 모른다.  그 익숙함이 깨지고 방해를 받을 때 비로소 알게 되는 것이다. 티브이가 고장 났을 뿐인데 일상이 헝클어진다.






직장상사가 전화를 받았다. 코로나 19 확진자와 접촉자로 확인되어 검사를 받으라는 연락이 왔다. 바로 퇴근하여 보건소로 가서 코로나 19 검사를 받고 자가격리에 들어갔다. 검사 결과를 다음날 알 수 있기에, 기다리는 하루 동안의 시간은 직원 모두에게 심란함을 안겨주었다.


만약에, 확진자와 접촉한 직장상사가 확진 판정을 받게 된다면 우리는 어떻게 되는 걸까? 이런 생각을 시작으로 상상해보는 일상은 끔찍했다. 나 혼자로 끝나는 것이 아닌, 엄청난 여파가 뒤따르는 코로나 19의 감염.. 끔찍하고 무섭다. 다행히 음성 판정을 받았다. 직장생활의 일상이 유지된 것이다.






티브이가 없는 거실에서 휴대폰을 보기도 하고 책을 보기도 해 보지만, 시간이 더디다. 그동안 티브이는 나의 시간을 잡아먹고 있었나 보다. 좋아하지 않던 티브이 시청이었는데도 남편과 함께 하며 의식하지 못한 채 그 시간에 익숙해져 있었음을 깨닫게 된다. 난 티브이를 좋아했던 것일까?


고장 난 티브이로 인해 헝클어진 일상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티브이를 다시 사야 한다.  코로나 19 감염으로 많은 사람들의 일상이 깨졌다. 일상을 지키기 위해서는 감염되지 않는 것이 상책이다.


마스크를 단디 챙겨 쓰고 티브이를 사러 가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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