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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미 Oct 07. 2020

"한쪽 눈이 감기지 않네요"

이건 또 무슨 일이랍니까?


평소에 뒷목이 자주 아팠습니다.

직업병이려니 했어요.

하루 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서 일하는

자세가 목과 어깨 통증으로 나타났습니다.

아프면 정형외과를 찾아 물리치료를 받고

약 처방을 받는 반복되는 증상을 안고 지낸 지 오래입니다.


추석 연휴를 보내고

특별히 힘들지도 않은 시간이었는데

쉬는 동안 긴장이 풀려서일까,

여기저기 아프고 개운하지 않더니,

목과 어깨 통증이 눈물이 날만큼 심한 아픔으로 찾아왔습니다.

연휴라서 병원을 갈 수가 없어

이틀을 고생하며 참아야 했습니다.

밤에는 너무 아파서 잠을 잘 수가 없더라고요.






연휴가 끝나고 병원을 갔습니다.

목과 어깨가 아파서 찾아간 정형외과 선생님이

 눈을 보며 대뜸 습니다.


"눈이 원래 그랬어요?"

"눈이 왜요?"


"한쪽 눈이 감기지 않네요"

"네?"


전혀 느끼지 못했는데 눈이 감기지 않는다니..

눈이 좀 이상하네요~  하시면서 진료를 했고

목과 어깨 물리치료를 받고 돌아왔습니다.

거울 앞에서 한참을 살펴보았습니다.

눈을 깜박이는데 눈이 감기지 않습니다.

느낌은 감기는데 모습은 눈을 뜬 상태입니다.

동료들에게 물어봤습니다.

이상해 보인다네요.






이건 또 무슨 일이랍니까?

암 진단을 받고 아픈 몸 추슬러 이제 좀 적응할만하니,

또다시  시련을 주는 건 아니겠지요?

픔을 겪고 나니, 

조금만 이상해도 겁부터 나고 무섭습니다.


치료받고 나으면 되지 하는 마음은, 

시시때때로 무너지고,

시간이 지날수록 약해지고 불안해지는 마음,

그 시간들을 버텨내는 것이 정말로 힘겨웠습니다.


또다시 경험하고 싶지 않은 시간입니다.

아프기 전에는 알지 못했어요.

건강하다는 것이 얼마나 큰 행복인지..







눈꺼풀의 작은 움직임 하나로

얼굴 모습이 바뀐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찰나로 움직이는 눈 깜박임이 얼마나 큰 역할을 하는지 예전에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건강하다 자만하며 몸을 홀대했던 시간에

벌이라도 내리듯 큰 아픔을 선물하더니,

그것으로 부족하다 여기는 것은 아니겠지요?


아주 절박하게 건강의 소중함을 알았고

내 몸을 아껴야 한다는 걸 충분히 깨달았습니다.

또다시 아픈 선물은 사양하고 싶어요.


눈꺼풀의 움직임이나

손가락의 상처마저도

소홀히 대하지 않을 겁니다.

다시 아픈 몸이 되고 싶지 않아요.


눈꺼풀의 안부를 물으러 가야겠습니다.

내 몸은 소중하니까요.


별일 없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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