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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미 May 27. 2022

여기는 지하철입니다

통화는 내려서 하면 안 될까요?



지하철로 출퇴근을 하는 직장인이다. 아침 출근시간과 저녁 퇴근시간의 지하철은 사람들로 항상 붐빈다. 아침에도 힘들지만 하루 일과를 마치고 피곤해진 몸이 된 퇴근길은 기지 맥진 해지는  경우가 많다. 아침 출근시간의 지하철은 대체로 조용한 분위기다. 반면에 퇴근길 지하철은 왠지 더 수선스럽다.



지하철을 이용하다 보면 정말 다양한 모습들을 보게 된다. 서로 다른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만큼 사건도 다양하다. 앉아서 입을 벌리고 자는 사람, 서서 고개를 떨구고 조는 사람, 코를 골며 자는 사람, 일행과 수다를 떠는 사람, 휴대폰으로 영상을 보는 사람, 통화를 하는 사람.. 정말 제각각의 모습을 보이는 지하철 안이다.







개인적으로 유난히 거슬리는 풍경이 있다. 오랫동안 하는 전화 통화가 그것이다. 지하철을 타고 이동하는 40분 동안 같은 칸에 탔던 사람의 통화 내용을 들으며 가는 경우도 있었다. 그렇게 오랫동안 통화를 하는데도 누구 한 사람 나서서 제지하지 않는 것도 대단하다.  사람들과 부딪히지 않으려고 내가 피하는 것이 편하다고 생각하는 이기적인 사회라는 것을 보여주는 모습이기도 하다.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내가 다 알아들을 정도로 긴 시간을 통화하는 사람, 거슬리고 싫지만 나도 제지하거나 나서지 않는다. 고작해야 한번 쳐다보는 정도랄까 통화는 간단히 합시다,라고 말하지 않는다. 얼굴 붉히며 서로 언짢은 상황을 만들고 싶지 않은 것이다.







통화 내용을 들어보면 그다지 중요하거나 심각하거나 급한 내용은 아니다. 지하철에서 그렇게 오랫동안 통화를 하며 해결해야 할 상황은 더더욱 아니다. 그저 그런 시시콜콜한 수다로 떠드는 것이다. 출근시간에 통화하는 사람과 함께 지하철을 타게 되면 원하지 않은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어제 남자 친구와 무엇을 먹었는지, 사소한 일로 싸워서 삐졌는지, 옆집 아줌마는 만보를 걸었는지, 살이 얼마나 쪘는지, 전혀 궁금하지 않은 이야기를 들어야 하는 상황이 된다.



시시콜콜 사소한 통화를 하는데 아무도 거슬려하지 않은 이유는 모두가 귀를 막고 있어서일 수도 있겠다. 지하철에서는 대부분 이어폰을 끼고 있거나 앉아 있는 사람은 자는 사람이 많다. 귀를 막고 휴대폰을 보는 사람이 많으니 남의 통화가 귀에 들어오지도 않고 신경 쓰이지 않을 수도 있겠다. 그렇다면 이어폰을 끼지 않고 거슬려하는 내가 문제인가?







통화는 간단히 하세요, 통화는 내려서 하세요,라고 말하고 싶을 때가 많다. 생각일 뿐 선뜻 내색하지 않는다. 못하는 것일 수도 있다. 거슬리는 통화가 싫으면 다른 칸으로 이동하면 그만이다. 좀 귀찮아도 그 방법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나 또한 개인주의고 이기적이라 할 수 있겠다. 남들 시선을 신경 안 쓰며 살아가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 지하철에서도 마찬가지다.



통화하는 본인은 즐거울 수 있겠으나 듣는 사람은 엄청난 스트레스다. 오는 전화 안 받을 수 없으나 간단히 통화한 후 내려서 했으면 좋겠다. 급한 일이 있어서 통화를 해야 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급한 용건만 간단히 했으면 좋겠다. 유난히 조용한 아침 출근시간의 지하철에서 그렇게 시시콜콜 떠들고 싶을까? 피곤이 쌓여 예민해진 퇴근길 지하철에서 그렇게 신경을 곤두서게 하고 싶을까? 통화는 내려서 하면 안 될까요?@단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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