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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미 생각
그렇게 오르고 싶었을까
그저 산이 그리웠어, 나 여기 있다고 확인하고 싶었어.
by
단미
Sep 3. 2020
보고 싶었다.
오르고 싶었다. 함께 하고 싶었다.
쉽지 않을 것이라 예상했다.
아니, 가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다.
산내음만 맡고 중도에 하산할 생각으로 길을 나섰다.
4년이 지났지만 그날의 기억이 생생하다.
수술 후 3개월이 지났지만, 몸은 회복되지 않았고,
산행은 감히 상상조차 할 수없을 만큼 저질체력이 돼버렸다.
어찌해볼 수 없는 현실이 속상하고 안타까웠던 날들이었다.
산행을 같이 하던 친구들 모임에서 수락산행 공지가 올라왔다.
가고 싶은 유혹을 떨쳐낼 수가 없었다.
지방산도 아니고 서울에 있는 가까운 산이다.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아니, 도전해보고 싶었다.
산이 너무 그리웠다.
갈 수 있는 데까지 가보자 생각했다.
산에서 만나는 친구들이 정말 반가웠다.
고맙고 행복했다.
만남의 장소에 오는 것만으로도 식은땀이 났다.
혹여, 민폐가 되지 않을까 걱정스러웠다.
스스로도 믿을 수 없는 몸상태를 염려하면서
산행
을 시작했다.
수술 후 짧아진 대장으로 먹는 것과 배설하는 것이 조절이 안되었다.
먹고 싸는 것에 적응이 힘들었던 때라 음식 섭취를 하지 말자 다짐했다.
배고픔을 참으며
올랐다.
9월이지만
여름 산행 못지않게 더운 날씨였다.
오랜만에 하는 산행으로
무릎에 통증이 느껴졌다.
그럼에도 정말 뿌듯하고 행복한 산행이었다.
속도를 맞추며 배려해주는 마음이 정말 고마웠다.
혼자가 아닌, 친구들과 함께여서 가능했다.
환자로서의 삶에 지치고 힘들었다.
점점 많은 것을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되어갈 즈음,
그리웠던 산행은 새로운 마음을 갖게 했다.
행복한 기분을 느끼게 했고 다시 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해 주었다.
산에 오를 때의 모습이 아름답다고 했다.
해맑은 얼굴이 되어 행복해한다고도 했다.
말하지 않아도 느껴지고 보이는, 그저 산이 좋았던 시절이었다.
아픔이 찾아오고 그렇게 좋아하고 행복 해 했던 시간을 송두리째 뺏기고 말았다.
예전의 행복을 다시 느낄 수 있을까?
그때처럼 다시 오를 수 있을까?
버스를 타기도 버거운 몸상태,
식은땀을 흘리며 겨우 외출하던 시기였다.
포기해야 하나? 날마다 절망스러웠다.
산을 오르는 친구들의 모습이 보기 싫어졌다.
몸도 아픈데 마음까지 아파왔다.
다시 행복해지고 싶었다.
간절한 마음이 되어 다시 오르고 싶었다.
도저히 포기할 수 없어서 도전했던 수락산행은
내 안에 숨겨져 있던 초능력을 발휘하듯,
아픔을 잊은 채 행복하게 오를 수 있게 해 주었다.
비록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포기하지 않아서
다시 누릴 수 있게 된 산행의 즐거움과 행복
은
그날의 의지가 없었더라면 다시 찾을 수
없었을 것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하고자 하는 의지만 있다면,
포기하지 않고 도전한다면,
행복은 나와 함께 할 거라 믿는다.
내 안에 존재하는 초능력
이 있기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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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찬란한 계절에게> 출간작가
직장인, 무엇인가를 시작하기에 늦은 나이란 없다. 일상을 적습니다. 글쓰기를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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