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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미 Aug 24. 2022

엄마는 굴비 머리가 맛있다고 하셨어

보리굴비 먹다가 엄마 생각

내가 어릴 적, 

엄마는 아궁이에 불을 지펴 밥을 했다.

밥을 다하고 나면 아궁이 앞에 앉아서 불을 쬐며 놀았고

부지깽이 끝을 불에 달궈서 연기가 피어오르면

지휘자 놀이를 하면서 식사 준비를 하는 엄마를 정신 사납게 하기도 했다.



우리 가족이 고기를 먹는 일은 년 중 행사처럼 드물었다.

가난하기도 했지만,

엄마의 식성 따라 밥상에도 영향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는지,

엄마는 고기를 드시지 않았다.



궁핍한 살림에도

밥상에서 자주 볼 수 있었던 것은 굴비였다.

비싸지 않은 조기를 사다가 소금에 절여서 바구니에 말렸다.

꼬들하게 잘 마른 굴비를 아궁이에 석쇠를 놓고 굴비를 구워주셨다.


크기가 작은 굴비는 먹을 것이 별로 없었다.

그럼에도 아궁이에서 퍼져 나오는 굴비 굽는 냄새는

집안을 잔치집처럼 만들었다.


석쇠 위에서 지글지글 구워지는 냄새는

아침이나 저녁이나 우리를 밥상 앞으로 모이게 했다.



자주 보았던 굴비구이였지만,

한 끼에 먹는 양은 많지 않았다.

굴비는 몇 마리 안되는데 식구는 많았다.

한 사람이 굴비 한 마리를 다 먹을 수는 없었다.



식사를 다 마치고 나면,

굴비는 머리만 남았다.

엄마는 굴비 머리를 들고 다시 아궁이 앞으로 갔다.

굴비 머리를 석쇠에 올려 바삭해질 때까지 다시 굽는다.

엄마는 바삭거리는 굴비 머리에 식사를 하신다.


엄마가 굴비 머리를 베어 물면 

과자처럼 바사삭 소리가

아주 맛있게 들린다.


엄마는 굴비 머리가 맛있다고 하셨다.

어릴 때는 굴비 머리를 왜 드시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친정에 가면 여전히 굴비가 구워진다.

아궁이 불은 아니지만,

가스불에 구워지는 굴비도 맛있다.

엄마는 여전히 굴비 머리를 바삭하게 구워서 드신다.


그때도 

지금도 

여전히 굴비 머리가 맛있다고 하신다.


엄마는 정말로 굴비 머리가 맛있는 것일까?

그때도, 지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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