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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미 Oct 26. 2022

가을 낭만을 만나다

도봉산에서 

가을입니다.

가을이라는 단어만으로 낭만이 연상되기도 합니다. 


주말이면 산행을 했었는데, 발목 결절종으로 인해 당분간 산행을 못하고 있습니다. 산행을 못하는 아쉬움에 산 입구까지 다녀오기도 합니다. 조심스럽게 걸으며 가을 숲을 느끼고 변해가는 주변을 살피기도 합니다. 




10월이면 단풍으로 물들기 시작하는 모습이 아름답습니다. 산에 올라 예쁘게 변해가는 모습을 볼 수 없어 아쉬움을 달래려 찾아간 곳에서 낭만을 만났습니다. 산 입구에 다다를 무렵 멀리서 경쾌한 음악소리가 들려옵니다. 발걸음이 빨라집니다. 기타 소리에 맞추어 부르는 노랫소리가 낭랑하게 울려 퍼집니다. 


어찌나 반갑던지요, 가을날 기타 연주와 함께 하는 공연이라니요. 빠른 걸음으로 공연하는 곳에 도착하여 계단에 앉아 자리를 잡았습니다. 본격적으로 즐길 준비를 하며 공연에 집중하는 시간입니다.


'기타 소리'라는 기타 동호회에서 하는 공연이라고 소개를 합니다. 1년에 두 번, 봄과 가을에 한 번씩 한다는 공연을 딱 마주쳤으니 운이 좋습니다. 흥겨운 분위기 속에 함께 하는 사람들도 즐겁습니다.


음악과 함께 하는 모습이 행복해 보였습니다. 기타를 치며 즐기는 모습이 좋아 보였습니다. 아는 노래가 나오면 따라 부르는 관객들의 모습에서 즐거움을 보았습니다. 음악이 주는 힘입니다. 




중학교 때 기타를 배우고 싶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빠듯한 살림에 수강료를 감당할 수 없어서 포기했던 기억이 납니다. 대부분이 어려웠던 그 시절에 취미로 무엇인가를 배운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성인이 되고 직장생활을 하면서 다시 기타를 배우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경제활동을 시작했어도 여전히 어려웠나 봅니다. 지금까지 기타를 배우지 못한 것을 보면..


여러 가지 사정으로 배우지 못한 기타에 대한 로망이 있나 봅니다. 기타 연주를 하는 것을 보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습니다. 기타 치며 노래하는 모습은 그 자체로 멋져 보입니다. 배우고자 하면 지금이라도 배울 수 있을 텐데 그 옛날의 열정이 사라졌나 봅니다. 이제는 기타 연주나 공연을 즐기는 것만으로도 좋습니다.


대학에 입학한 딸이 기타를 배우고 싶다고 했을 때 두말없이 기타를 사줬습니다. 아마도 제가 하지 못한 일을 딸이 대신해 주기를 바랐나 봅니다. 열심히 연습하고 배우는 모습이 기특해 보였습니다. 시간이 지나고 제법 연주를 하던 모습을 보니 마치 제가 배운 것처럼 뿌듯했습니다. 




여유로운 주말 오후, 가을에 어울리는 낭만을 만나서 좋았습니다. 나이 지긋한 모습으로 기타를 연주하며 노래하는 모습에 박수를 보내주고 싶습니다. 좋아하는 것을 놓지 않고 꾸준한 활동을 한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먹고살기 위해 치열하게 살아온 삶 속에서 내가 좋아하는 것을 지키며 살아왔다는 것이 부럽기도 합니다. 


나이가 들수록 좋아하는 일 하나쯤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인간관계가 좁아지더라도 혼자서 놀 수 있는 일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난 뭘 하며 놀지, 고민해봐야겠습니다. 


어느 가을날에 만난 낭만적인 공연을 보니 열정이 되살아나는 듯합니다. 노랫소리 울려 퍼지는 하늘을 보며 젊은 날을 그려봅니다. 아, 옛날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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