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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미 Oct 21. 2022

출근길에 선물을 받았습니다

아들 키우는 맛

자식 자랑은 팔불출이라고 했던가요? 팔불출이 되어도 자랑하고 싶을 만큼 감동적인 출근길이었습니다.


여느 날과 다름없이 사람 많은 지하철에서 흔들리는 몸을 지탱하며 서 있는데 손에 들고 있던 휴대폰에 메시지 알림 표시가 뜨네요. 그런데 이것은 일반 대화메시지가 아니군요. 창을 열고 확인해보니 엄청난 선물이 도착했습니다. 이게 뭐지? 금액을 다시 한번 확인했습니다. 실수로 잘못 보낸 줄 알고 아들에게 확인하는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이게 뭐니?"

"엄마에게 주는 선물"


"갑자기 무슨 선물?"

"아프지 말고 건강하세요, 한약이든 필요한 노트북이든 필요한데 보태세요"


이러는 겁니다. 출근길 지하철에서 눈물이 날 뻔했지만 꾹꾹 참았습니다.  요즘같이 힘든 세상에 자기 앞가림하며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듬직하고 감사한 일인데, 엄마에게 두둑한 용돈을 주는 아들이라니요.


아직 직장 새내기인 아들에게는 큰돈일 텐데 서슴없이 엄마에게 건네는 용돈이라니, 그 마음을 알기에 더 고맙고 찡합니다.  




나이가 들어서 그렇다고 하기엔 궁색한 변명이 될 만큼 몸이 심하게 부실해졌다는 것을 온몸으로 실감하고 있습니다. 한 번 망가진 면역체계는 건강한 몸으로 회복되기까지 험난한 시간을 보내야 하는 것인지, 악순환이 반복되며 여기저기 아픔이 찾아들곤 합니다.


이제는 어디가 아프다는 말을 하기도 민망할 정도로 스스로도 자괴감이 들만큼 현재의 몸상태가 엉망진창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더 이상 아파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으로 한의원을 찾아갔습니다. 몸이 아프면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고 약을 처방받아먹기를 반복하고, 좀 나았다가 다시 아프게 되는 상황을 이어가는 것을 그만하고 싶었습니다. 건강이 마음먹은 대로 되는 일은 아니지만 스스로 각성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지요.


치료를 받는다는 생각보다는 몸이 어떤 상태인지, 어떤 체질을 가지고 있는지 살펴보고 싶다는 생각을 이제야 하게 된 것입니다. 몸이 불편해질 때마다 많은 분들이 한방을 권해 주기도했는데 한방보다는 양약을 선호하였기에 관심을 두지 않았었습니다.


모든 것이 때가 있듯이, 한방에 대한 관심이 생겼고 주변에서 권하는 사람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찾아가게 된 것이지요. 다행히 찾아간 곳에서 그동안 가졌던 한방에 대한 거부감을 사라지게 할 만큼 편안한 진료의 맛을 보게 되었습니다. 질병을 치료하기 이전에 사람의 마음을 어루만져준다는 느낌을 받게 된 것은 선생님을 잘 만난 덕분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그렇게 제 발로 찾아가 쓰디쓴 한약의 맛을 보게 되었고 스스로 몸을 살피고 돌아보는 시간을 갖게 되었습니다. 항상 건강할 줄 알았던 몸은 나이가 들면서 마음대로 움직여주지 않았고 주변 사람들에게 걱정을 끼치는 사람이 되어간다는 사실이 슬프기도 했습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는 생각을 하며 건강한 몸을 위해 할 수 있는 노력을 하고자 다짐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그런 엄마를 지켜보며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을까요? 엄마가 건강했으면 좋겠고 엄마 자신에게 집중하는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담아서 보낸 선물입니다. 저는 기꺼이 선물을 받았습니다. 눈물 한 바가지 쏟을 만큼 감동을 받았고 뭉클했습니다.


아들 키우는 맛이 이런 것일까요? 애쓰며 열심히 살았지만 물질적으로 큰 힘을 보태줄 수 있는 엄마가 못되어서 늘 미안한 마음입니다. 최선을 다했지만 현실은 늘 만족스럽지 못합니다. 부족한 환경에서도 잘 자라준 아들이 특히 더 고마운 아침입니다.


선물에 담긴 뜻을 헤아려봅니다. 행복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도 해봅니다. 오늘 아침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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