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아직도 바쁘다. 농산물을 수확하기 위해 새벽부터 저녁까지 쉴 틈 없이 하루를 보낸다. 그렇게 바쁜 와중에도 5일장에도 다녀오고 김치도 담고 먹거리를 챙겨서 보내주기도 한다. 소식을 듣는 내가 숨이 찬다.
오일장에 가서 손두부를 사고 탱글탱글한 묵도 샀다. 나는 두부도 좋아하고 묵도 좋아한다. 엄마를 닮았나 보다. 검은깨가 들어간 손두부를 잘라서 김치 한점 올려 먹는 모습은 보기만 해도 침이 고인다.
어릴 때 동네에 두부를 만드는 집이 있었다. 두부 한모를 사기 위해 새벽에 일어나야 했는데 그때는 그게 정말 싫었다. 일찍 일어나는 것도 힘들었고 추운 날에 심부름 가는 것은 더 싫었던 거 같다.
바로 만든 두부를 사 먹을 수 있는 날은 많지 않았다. 두부를 먹는 날은 특별한 날이었다. 놉을 얻어 일을 해야 하는 날이거나 누구의 생일이거나 집에 손님이 오거나.. 등등. 어렸을 때의 기억이라 가물가물하지만 두부를 만드는 집도 흔치 않았지만 두부집이 있다고 해도 흔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은 아니었다.
어쩌다 바로 만든 손두부를 사 오는 날은 두부 하나로 밥상이 풍성해진다. 빈곤한 밥상에 두부 하나 올라갔을 뿐이데 풍성함이 느껴진다. 뜨끈뜨끈하게 김이 나던 그때의 두부가 생각난다.
그토록 바쁜 와중에도 꼬박꼬박 세끼를 챙겨 드시는 엄마가 고맙다. 어느 해 유난히 뜨겁던 여름날 고약한 질병이 찾아와 힘들었던 시간을 보내면서 음식을 먹지 못하던 때에 비하면 매끼 식사를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힘든 농사일을 하시며 밥심으로 버티는 시간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픔은 식욕까지 뺏어갔었지만 결국은 이겨내고 한 끼의 식사를 온전하게 하게 되었다. 예전과 똑같이 밥심으로 일하며 매끼마다 잘 챙겨 드시는 지금의 모습이 꿈만 같다.
엄마도 바쁘고 나도 바쁘다. 거리가 멀어서 얼굴을 대하며 식사하는 모습을 볼 수 없지만 매일 카톡으로 만나는 엄마의 밥상은 날마다 새롭다. 그토록 바쁜 하루를 보내면서도 어쩌면 그리 부지런하게 식사 준비를 할 수 있는지 존경심마저 든다.
엄마의 밥상을 사진으로 받는다. 어떤 날은 김치에 밥, 어떤 날은 된장국에 밥, 또 어떤 날은 식탁이 꽉 채워 질정도로 진수성찬으로 차려질 때도 있다. 그때그때 다르지만 매일 매끼를 거르지 않고 챙겨 드시는 것만으로도 다행스럽고 감사하다.
때로는 군침을 흘리며 바로 달려가 함께 먹고 싶기도 하고 어떤 때는 너무 부실해서 좀 더 잘 챙겨 드셨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있지만, 당장 내려가 해드릴 수 없으니 그저 그것만으로도 좋다는 생각을 하며 마음을 다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