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엄마가 보내준 대봉을 두 박스 받았다. 감을 좋아하는 나는 어떤 감이라도 좋다. 단물 가득 아삭아삭한 단감도 좋고, 꼬들하게 잘 말려 만든 곶감도 좋다. 겨울이면 특히 좋아하는 것은 홍시다. 줄줄 흘러내릴 듯이 말랑말랑하게 잘 만들어진 홍시는 생각만 해도 침이 고인다.
어릴 때는 감을 사 먹는 일은 생각지도 못했다. 집 마당에 감나무가 있는 친구가 제일 부러웠다. 가을에 감이 익어갈 즈음에는 감나무가 있는 집에서 감을 딴다. 장대로 감을 따다가 떨어진 감은 깨지기 쉽다. 감 따는 것을 구경하다가 깨진 감을 얻어오곤 했다. 그것도 얼마나 좋았던지.
몇 년 후, 감을 좋아하는 딸을 위해 엄마는 감나무를 심었다. 작은 감나무에서 감이 열릴까 싶었지만, 가을이 되니 신기하게도 감이 열렸다. 그때는 이미 시장에서 감을 사다 먹을 수 있는 환경이 되었지만, 그래도 좋았다. 우리 집 마당에도 감나무가 있다는 사실이 행복했다. 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생활을 위해 상경한 후에도 가끔 집에 가면 감나무부터 안부를 살폈다. 여전히 잘 자라고 있는 감나무가 기특했다.
지금은 마당에 감나무가 없다. 2년 전 집을 새로 지으면서 감나무를 뽑았다. 많이 아쉽고 아까운 마음이 들었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대신에 가을이면 동네 이웃집에서 감을 얻어서 보내주신다. 요즘은 감나무에 감이 주렁주렁 열려도 누가 따서 먹으려고 하지 않아서 그대로 나무에 달려있다고 한다. 먹고 싶으면 와서 따서 먹으라고 할 정도니, 푸대접을 받는 감을 생각하면 속상하다.
엄마는 감을 좋아한 딸을 위해 대봉 두 박스를 따서 보내주셨다. 홍시를 만들어서 맛있게 먹을 생각을 하니 기분이 좋았다. 하루 이틀 사흘.. 기다려도 홍시가 되지 않는다. 시간이 필요한 것을 빨리 먹고 싶어 마음만 급하다. 엄마도 대봉을 따서 홍시가 되기를 기다린다고 했다. 시간이 흐르고 맛있는 홍시가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어? 난 아직도 멀었는데... 뭐가 문제지? 집 안 온도가 다른가? 나한테 보내진 감은 홍시가 될 생각이 없어 보인다. 아직도 단단한 모양으로 변함이 없다.
다시 시간이 흐르고, 홍시가 되었나 들락거려보지만, 엄마 홍시처럼 맛있게 되지 않았다. 쪼그라들고 말라가고 있었다. 엄마 홍시는 반들반들 촉촉하게 말랑말랑한 맛있는 홍시가 되었는데 내 거는 왜 안되는지 속상했다.
홍시는 차가운 곳에 그냥 놔두면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홍시가 되어가는 것인데, 왜 우리 집에서는 수분이 빠지고 맛없게 쪼그라든 홍시가 되어가는 것인지, 도대체 이유를 알 수 없어 답답하다.
엄마는 오늘도 홍시 하나를 간식으로 드신다. 후루록 마시듯이 먹어도 좋을 만큼 촉촉하고 말랑말랑해진 홍시, 아 먹고 싶다. 엄마 냉장고에는 홍시가 가득하다. 엄마 홍시 먹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