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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미 Apr 06. 2023

아침산책

아들과 아들친구도 함께

아들이 고등학교 때 일이다.

퇴근하고 저녁을 먹을 무렵 아들이 친구들과 함께 왔다.

절친이라 말하는 친구들로 아들포함해서 7명이다.


"어머님 아버님, 안녕하십니까? ㅇㅇ친구입니다!!"

라고 현관문 앞에서 우렁차게 인사하던 때가 있었다.


고생학생이었는데 키도 크도 잘생기고 씩씩하게 인사하던 모습에

보는 것만으로도 듬직하고 기분 좋았던 기억이 난다.


그로부터 벌써 10년이 지났다.

시간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성실하게 부지런하게 흐른다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

10년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아들과 아들의 친구들도 많은 변화가 생겼다.

꿈을 위해 아직도 공부하는 친구도 있고, 

일찍부터 목표를 정해 밑바닥부터 다지고 올라와 어엿한 사장님이 된 친구도 있다. 

대부분은 직장인의 모습으로 사회의 일원으로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 

스스로 자신의 길을 찾아가는 모습이 보기 좋다.




"주말에 산에 갈까요"

"갑자기 산에?"

"친구랑 같이 가기로 했는데 엄마도 같이 가면 좋을 거 같아서"

"친구랑 가는데 불편하지 않겠니?"

"친구도 좋대요~"

"그래, 그럼 같이 가자"


주말에 아들이 산에 가자고 제안했다.

그때 보았던 절친 중 한 명과 같이 가는데 엄마도 같이 가자고 한 것이다.

친구와 함께 가는데 산을 좋아하는 엄마에게 함께 가자고 해주어서 고마웠다.

발목에 문제가 있어서 무리한 산행은 힘드니 산책하는 시간을 갖자고 했다.

운동삼아 늘 가던 코스대로 걸었다.


산 입구에서 만난 이름 모를 커다란 나무는 온통 푸른 잎으로 몸을 감싼 모습이다.

가장 먼저 푸른 잎을 보여주고 가장 나중까지 푸르름을 잃지 않는 나무다.

오며 가며 살피는데 하늘로 쭉뻗은 가지는 늠름해 보인다. 

옆으로 구부러져 동그랗게 터널을 만들어준 모습은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제법 푸르러진 산을 오르니 기분이 좋다.

삭막했던 모습은 조금씩 예뻐지고 있다.

진달래 만발하고 벌써 푸른 잎이 돋아난 나무들이 많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걷는다.

아주 오랜만에 만난 아들친구는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바르고 의젓하다. 

학생의 모습은 사라졌고 어른이 된 모습에서는 반듯한 예의 바름이 몸에 배어있다. 

잘 자라줘서 고마웠다. 




산을 다니지 않았다는 친구와 나의 발목상태를 고려해서 짧은 산행으로 마무리했다. 

내려와서 콩나물해장국으로 요기를 하며 지나온 이야기와 현재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누었다.

엄마라고 부르는 아들만 보다가, 자연스럽게 어머니라고 부르는 아들 친구의 호칭이 어색하기도 하고 이상하기도 했다. 어머니라는 호칭으로 불릴 나이가 되었다는 것은 그만큼 나이가 들었다는 것이겠지, 아이들도 엄마도.


나이 들어 만나는 아들과 아들의 친구는 이제 어른이 되었다.

이른 아침 만나서 산책하며 세상 사는 이야기를 나누며, 

각자의 생각을 표현하는 모습을 보니 왠지 뿌듯해진다.


가끔씩,

더 의젓해지고 어른이 되어갈 아들 그리고 아들의 친구와 함께 아침 산책길에 나서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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