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단미 May 15. 2023

나이 드니 성질만 급해지나 보다


대장암 완치를 판가름하는 5년째 되던 해, 외래 진료 후에 다음 진료 일을 2년 후로 예약을 했었습니다. 2년이란 시간이 이렇게 빨리 지나갔나 싶군요. 다음 주면 2년 후로 예약했던 외래진료 일이 다가옵니다.


외래진료를  받기 전 해야 할 일이 있는데요, 바로 위내시경과 대장 내시경입니다. 관찰을 위해 이번 주에 내시경을 해야 하므로 관장약을 받아와야 합니다. 2년 전에 예약할 때 바로 받아올 걸 그랬습니다. 그때는 과정이 귀찮아서 2년이나 남았는데 아무 때나 가서 받아오면 되지 생각했는데 벌써 코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지난 주말 출근 전에 관장약을 받으러 갔습니다. 관장약만 받으면 되는 것이니 금방 끝날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제가 그렇게 어리바리할 줄은 몰랐습니다. 미리 알아보고 갈걸, 무턱대고 가서 금방 되겠거니 했나 봅니다. 동네 작은 곳도 아니고 대형 진료기관은 모든 것이 기계화되어 있다는 것을 깜박 잊었습니다. 하긴, 2년 만에 방문하는 것이니 그동안 환경이 조금은 바뀌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지난 주말 시간을 허비한 것을 생각하면 스스로에게 화가 나더군요.


누가 그렇게 하라고 해서 한 것도 아닌데 화를 참지 못하고 스스로 분한 마음이 드는 것이 더 화가 나기도 했습니다. 하하. 지나고 보니 우습다는 생각이 듭니다. 혼자 화내고 혼자 웃는 모습이라니.




일단, 암 병동으로 가서 원내약국을 찾아갔습니다. 그런데 주말이라 그런지 문이 닫혀있더군요. 아뿔싸~ 이를 어쩐다? 안내 직원에게 물으니 원내약국이 있는 다른 건물을 알려주더군요. 출근을 해야 해서 급한 마음에 바쁘게 다른 건물로 이동했습니다. 바로 원내약국으로 가서 물으니 수납이 안 되어있다고 하더군요. 수납하고 기다리면 바로 처리해 준다는 안내를 받고 번호표를 뽑고 수납을 한 후 기다렸습니다.


이른 아침이라 대기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았는데 꽤 오랜 시간을 기다렸는데도 제 번호가 호출되지 않습니다. 이상하다? 곧 부르겠지? 답답한 마음으로 대기하며 빨리 부르기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30분쯤 지나고 대기하는 사람이 없어서 직원에게 다가가 물었습니다. "저는 왜 안 부르지요?"


직원은 수납 영수증을 보고 확인하더니,

"아~ 이건 2년 전에 예약한 내용이라 수납해도 전광판에 번호가 안 뜨나 봅니다. 바로 처리해 드릴게요~" 하더니 전산을 조회해 보고 "이것은 여기서 처리가 안됩니다. 암 병동 조제부로 가셔야 합니다." 하는 겁니다.


순간 그 상황이 무지 짜증이 났습니다. 암 병동에 갔다가 문 닫아서 이곳으로 왔는데 다시 암 병동으로 가라니, 순간 죄 없는 그 직원에게 화를 낼 뻔했습니다.




일단, 알겠다고 하고 다시 암 병동으로 가면서 마음을 가라앉혔습니다. 주말에 일한다고 태워다 준다고 동행한 신랑에게 부글부글 끓는 마음을 얘기했더니 차분하게 가라앉히라고 합니다. 나이 들어서 성질 급하게 화내고 그러면 못쓴다고. 하하, 생각해 보니 성질부리는 마누라 다독이느라 고생이 많았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만약, 2년 전 예약할 때 바로 관장약을 받아서 왔으면 이렇게 두 번 갈 일도 없고 헤매지도 않았겠지요. 만약, 가기 전에 전화해서 어디로 가서 받으면 되냐고 확인했다면 그렇게 이곳저곳을 다니며 시간 낭비하지 않아도 되었겠지요. 만약, 미리 확인하지 않았다고 해도 도착해서 어디로 가면 되는지 확실하게 확인하고 행동했다면 씩씩거리며 스스로 화낼 일은 없었겠지요.


모든 것이 대책 없이 행동한 대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나이 든 탓일까요? 준비도 부실하고 성질은 급해지고 이렇게 참을성 없이 스스로에게 화내는 꼴이라니, 어처구니가 없습니다. 하하. 나잇값 하며 살아야겠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짜장면에 친절을 비벼주신 사장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