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동안 무거운 마음이 회복되지 않아서 힘든 시간을 보냈습니다. 이런 기분을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속상함인지 안타까움인지 반성하는 마음인지.. 이런 기분이 뭔지 모르겠습니다.
건강하시던 아버님이 건강에 이상이 생기면서 모든 일상이 무너졌습니다. 혈소판감소증에 이어 대장암 진단과 폐질환까지 발병하면서 본인의 일상은 물론이고 가족들의 일상까지 깨지기 시작했습니다. 3년이 되는 시간 동안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면서 여러 가지 치료를 받아야 했고 그 와중에 대장암 수술까지 받으면서 정말 힘든 시간을 보냈습니다.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검사와 치료를 반복하며 겨우 안정을 되찾았지만, 결국 아버님은 혼자서는 일상생활을 유지하기 힘들 만큼 쇠약해졌습니다. 안타까운 현실을 받아들이며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 없는 시간이 이어졌습니다.
대장암 수술 후 1년에 한 번씩 위와 대장내시경을 실시합니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내시경을 해야 할 때가 되었습니다. 허약해질 대로 허약해진 몸으로 내시경을 버틸 수 있을까 염려스러웠습니다.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생각되어 조심스럽게 안 하는 게 어떤지 권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의사 선생님 말씀을 너무나 충실히 실천하시는 아버님은 기어코 내시경을 하시겠다 하시더군요.
" 아버님, 수술하고 별일 없고 작년에 내시경을 했으니 올해는 생략하고 내년에 하는 것이 어떠세요?"
" 내시경 하다 죽기야 하겠니? 하라니까 해봐야지"
걱정을 안고 위내시경과 대장내시경을 하기 위해 준비를 했습니다. 전날 저녁에 관장약을 먹고 장을 비워냈습니다. 깨끗하게 비워냈을 거라 믿고 병원으로 향했습니다.
내시경 전에 CT촬영을 해야 했습니다. 접수하고 대기하고 있다가 CT실로 이동하는데, 휠체어에 앉아계신 아버님은 그제야 관장약의 효과를 보는듯했습니다. 휠체어에 앉아 실수를 하시고도 저에게 아무 말도 안 하고 있다가 CT실 직원이 발견하고 검사를 거부당하는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화장실에 가서 뒤처리를 해야 했고, 우여곡절 끝에 겨우 CT촬영을 마쳤으나 내시경 예약시간이 늦어지고 말았습니다. 이미 마음은 지치고 휠체어를 밀고 뛰어다니느라 몸은 힘들고 온몸이 땀으로 범벅이 되었습니다.
내시경을 진행하면서 관장약의 효과는 계속되었나 봅니다. 내시경이 끝나고 나서 또 한 번 뒤처리를 해야 했고 저는 이미 지칠 대로 지쳐버리고 말았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 사람을 돌본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더구나 거동이 불편한 사람과 함께 한다는 것은 어떤 마음을 가져야 할까?
최선을 다했지만, 마음이 좋을 리 없었습니다. 힘들기도 했고 피곤하기도 했고 무엇보다 처음 겪는 일은 복잡한 마음을 갖게 했습니다. 환자 보호자로서 마음가짐이 부족한 것은 아니었는지 모르겠습니다. 혼자 복잡한 생각으로 표정관리가 되지 않아 힘들기도 했고 그러고 있는 나 자신이 싫어서 화가 나기도 했습니다. 그런 상황에 집에 도착한 아버님의 한마디에 마음이 무너져 내렸습니다.
"아버님 고생하셨어요, 편히 쉬세요"
"고생 많았다, 내가 니 얼굴 볼 면목이 없구나.."
잠시, 나 힘든 것만 생각하느라 아버님의 입장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며느리에게 그런 모습을 보이고 느꼈을 참담한 마음은 어땠을지, 차마 말할 수 없었을 그 상황에 어떤 마음이었을지, 말없이 모든 과정을 처리하느라 힘든 며느리를 볼 면목이 없을 그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습니다.
마음이 무거워 기분이 꽤나 좋지 않았습니다. 어쩐 일인지 괜히 나 자신에게 화가 나기도 했습니다. 도대체 이런 마음이 왜 드는지, 이렇게 무거운 마음이라니.. 처음 느껴보는 생소한 마음에 한동안 힘들었던 시간이었습니다. 지금도 속 시원하게 떨치지 못한 이 마음은 도대체 뭘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