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단미 생각

삼복더위를 보내며

모두 다 물에 빠진 고기를 먹었다.

by 단미

6호 태풍 '카눈'이 지나간 자리에 많은 흔적이 남았다. 아직 아물지 않은 상처를 후벼 파듯, 비 피해를 입은 곳이 복구되기도 전에 또다시 휩쓸고 간 소식도 듣게 된다. 부디, 하루빨리 피해가 복구되어 떠났던 사람이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기를 바란다.




태풍이 와도 계절의 절기는 찾아왔다. 어제는 말복이었다. 입추가 지나고 말복이 지나면 이제 더위는 한풀 꺾이게 되는 건가? 초복 중복 말복이 될 때마다 사람들은 보양식을 찾아먹는다. 먹고살기 힘들었던 때는 삼복더위를 잘 이겨내기 위해 일부러 보양식을 찾아 먹는 것이 필요했을 텐데, 먹을 것이 풍족해진 지금도 때마다 보양식을 찾아 먹어야 하나, 그런 생각이 들 때가 많다.


올해 삼복에는 무엇을 먹었나 생각해 봤다. 초복에는 보쌈을, 중복에는 갈비탕을, 그리고 말복인 어제는 능이오리백숙을 먹었다. 공교롭게도 모두 좋아하지 않는 음식이어서 반갑지 않다. 혼자이거나 가족과 함께 먹었다면 다른 것을 먹자고 했을 텐데 직장에서 함께 먹게 되는 경우에는 다수의 의견을 따르게 된다.


좋아하지 않지만 먹지 않는 음식은 아니므로 크게 반대하지 않고 함께 먹으러 가곤 한다. 흔히, 물에 빠진 고기라고 하는 음식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주변에서는 그런 입맛을 가진 저를 보며 까다롭다느니, 신경 쓰이는 입맛이라느니 이해할 수 없다느니, 농담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어쩌랴, 입맛이 당기지 않는걸.


물에 빠진 고기라고 표현하는 것은 우리끼리 하는 얘기다. 물속에서 푹 삶아져 나온 보쌈도 그렇고, 육수에서 푹 끓인 갈비탕도 그렇고 역시나 물속에서 야들야들하게 익을 때까지 끓인 오리백숙도 물에 빠지기는 마찬가지다. 고기를 먹을 때는 고기 본연의 맛을 느끼며 먹어야 맛있다. 물에 빠져서 육수가 스며들어 부드럽고 맛있는 고기가 된다고 해도 내 입맛에는 그 맛이 별로다.




삼복더위에 흔히 먹게 되는 삼계탕은 먹지 못했다. 역시나 물에 빠진 음식이어서 즐겨하지 않지만, 좀 다르게 먹어보자 했던 것이 올해는 삼계탕을 피해 갔다. 뭘 먹든 잘 먹고 더위 잘 이겨내는 것이 필요한 계절이다. 어떤 음식을 먹느냐는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이므로 뭘 먹어야 한다고 강요해서는 안 되겠다.


능이오리백숙은 한 끼 점심으로 먹기에는 가볍지 않은 메뉴와 부담되는 가격이다. 비싼 점심을 먹게 되었는데도 입맛에 맞지 않으니 별 영양가 없는 음식이 되고 말았다. 가리는 것 없이 다 잘 먹는다는 생각과 달리, 역시 까다로운 입맛이라는 사실을 부인하지 못하겠다.


굳이 때에 맞춰 먹지 않아도, 언제라도 먹고 싶은 음식을 찾아 먹을 수 있는 현실에서 삼복에 맞추어 특별한 음식을 찾아 먹는 일이 의미 없이 느껴진 지 오래다. 어떤 날을 챙기며 그에 맞는 음식을 찾는 사람들도 여전히 많을 것이다. 각자의 취향대로 챙기며 건강한 일상을 보내면 될 일이다.




밤사이 6호 태풍 '카눈'이 수도권을 벗어났다고 한다. 그럼에도 바람과 함께 비가 내리고 있다. 매일 반복되던 아침 걷기 운동을 나가지 못했다. 비가 심하지 않았던 어제는 우산을 쓰고 걸었다. 걸을만했다. 오늘은 비와 함께 바람이 많이 불어 무리다 싶어서 포기했다. 덕분에 오랜만에 브런치에 들어와 소식을 전하게 되었다.


잘 먹고 잘 사는 것, 무엇을 먹든 건강하게 사는 것이 최고의 행복이다. 삼복더위 잘 견뎠으니 어떤 태풍에도 끄덕 없이 견디며 무탈한 일상이 되기를 바란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