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생각을 하실 거라 생각도 못했습니다.
이발도 해드리고 필요한 생필품도 사다 드리고 집안에 손봐야 할 일이 있으면 그것도 해결해 드린다. 어지간한 것은 모두 자동이체를 신청해 놓았지만, 간혹 은행업무를 비롯하여 공과금 납부나 꼭 나가야 할 용무가 있는 일도 받아서 해결해 드린다. 외부활동 없이 집에만 있는 것 같아도 사람이 살아가는 데는 사소하게 필요하고 신경 써야 하는 일이 생각보다 많다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
간혹, 주말에 약속이 생길 경우 평소보다 좀 서두르게 되는데 또 그런 날은 빨리 간다고 서운해하시기도 한다. 매일 사람이 드나드는 일이 없으니 주말이면 찾아오는 자식들이 반갑고 한 주 동안 있었던 일을 풀어내고 싶은데 평소보다 일찍 가면 그것도 아쉬운가 보다. 그런 날이면 미안함으로 마음도 무겁고 발걸음도 무겁다.
"사진을 정리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사진을 어떻게 정리해요?"
"우리 떠나고 나면 누가 볼 사람도 없는데 둬서 뭐 하겠니?"
"자식들이 보면 되지요, 그걸 왜 정리해요?"
지난 주말에는 이런 말씀을 하셨다. 사진을 정리하고 싶은데, 저걸 어떻게 버려야 할지 모르겠다며 사무실에 파쇄기가 있으면 거기서 파쇄하면 안 되겠느냐고 물으신다.
사진을 정리할 생각을 하실 줄은 생각도 못했다. 지금까지 다른 누가 사진을 정리했다는 이야기도 들어보지 못했다. 나이가 들면 세상을 떠날 때를 대비하여 나의 흔적을 지우고 싶으신 걸까? 가족 모두에게 추억이 묻어나는 사진을 왜 남기고 싶지 않으신 걸까?
시어머니가 그런 말씀을 하시는 것을 듣고 기분이 이상하고 의아한 생각을 하며 돌아왔다. 그런데 집에 와서 책을 읽다가 우연히도 그런 내용을 읽게 되었다. 양희은 에세이 《그럴 수 있어》의 한 대목에 그런 내용이 나왔다. 친구들과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에서 한 친구가 주변정리를 하다가 사진에 대해 고민을 했다는 내용이다. 내가 떠나고 없을 때 내 사진을 어떻게 할 것인지, 자식에게 준다고 해도 며느리의 입장에서 보면 반가운 물건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면서 고민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아직, 부모님만큼의 나이가 되어보지 않아서 공감이 잘 되지 않았다. 굳이 사진까지 처리하고 싶은 마음은 무엇인지, 그 마음이 생경하게 다가왔다. 괜히 내 마음이 싱숭생숭해졌다. 살아오면서 사진으로 남긴 수많은 흔적들, 그것을 정리하고 싶은 마음이라니.. 갑자기 현실이 낯설고 무서워졌다.
이미지 : 픽사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