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싸우지 말았으면...
평일 이동수단은 대부분 지하철이다. 출퇴근은 물론이고, 출장 갈 때도 지하철이 연결되는 곳까지 이용했다가 버스나 택시로 갈아타곤 한다. 지하철이 연결되지 않은 곳이라면 어쩔 수 없지만, 어디든 지하철이 연결된다면 거의 대부분 지하철을 이동수단으로 이용한다. 그러니, 하루에 아침저녁 두 번은 기본으로 이용하고 많을 때는 5번을 이용할 때도 있다.
그렇게 수시로 지하철을 이용하면서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일을 종종 마주한다. 가장 흔한 일중 하나는 이어폰 없이 트로트 음악을 듣거나 동영상을 보거나 드라마를 보는 어르신들을 만나곤 한다. 어쩜 그리 주변은 전혀 의식하지 않고 당당하게 편안하게 듣는지, 그 모습을 보면 짜증스럽고 예민해진다. 이어폰을 사용하라는 안내방송이 나오는데도 무시하는 태도를 볼 때면 어처구니가 없다.
그렇게 시끄러운 소음을 내도 나를 비롯해 누구 한 사람 뭐라고 타박하지 않는다. 험한 세상이 되다 보니 감히 누구 하나 나서려고 하지 않는 것이다. 조용히 들으세요,라고 한마디 했다가 무슨 봉변을 당할지 알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말 한마디 하기도 무서워진 현실이 씁쓸할 뿐이다.
시끄러운 소리를 내는 것 이상으로 흔하게 보게 되는 광경은 바로 교통약자석에서 벌이는 실랑이다. 예전에는 경로석이라고 이름을 붙였지만, 지금은 교통약자석이라 하더라. 꼭 노인이 아니어도 필요하면 않을 수 있는 자리가 된 것이다. 아이를 동반했거나 몸이 불편하거나 등등 어떤 이유로든 65세가 되지 않았더라도 약자에 해당하면 앉을 수 있는 자리인 것이다.
어제 퇴근길에도 실랑이하는 소리를 들으며 퇴근을 해야 했다. 왜 그곳에 앉으면 나이자랑을 하는 것일까? 나이 먹은 것이 벼슬도 아닐 텐데...
"내가 지금 몇 살인데, 당신 몇 살 먹었어?"
"이래 봬도 내가 몇 살이야, 여기 앉아갈 사람이라고"
"젊은이가 여긴 왜 앉아? 일어나"
"여기가 어디라고 앉아?"
등등.. 별소리가 다 들린다. 물론, 교통약자석에는 대부분 나이 드신 분이 앉기에 젊은 사람들은 앉으려고 하지 앉는다. 당연스럽게 양보하는 마음이기도 하지만, 시끄러워지는 거 싫고 실랑이하는 것도 싫기 때문이다. 대부분 비슷한 또래의 어르신들끼리 싸운다. 내 나이가 많네 니 나이가 적네, 하면서.
그렇게 그 자리를 지키시는 분이 임산부보호석에는 왜 앉을까? 그곳은 임신한 여성이 앉아야 하는 자리 아니던가? 여자도 아니고 남자가, 그곳에 당당하게 앉아가는 것은 괜찮은 것일까?
오늘 출근길에도 여지없이 그런 경우가 있었다. 교통약자석에 빈자리는 없었고 다른 분들에 비해 약간 젊어 보이는 여자분이 같이 앉아 계셨다. 나이를 확인할 수는 없으나 65세가 안되었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힘든 상황이거나 자리가 비어서이거나 앉을만한 상황이어서 앉았겠지,라고 생각하면 얼마나 좋을까?
나이 드신 할아버지가 타시더니 대뜸 교통약자석으로 돌진한다. 빈자리가 없으니 그 여자분을 보더니 본인보다 더 젊다고 생각했는지, "왜 거기 앉아있소?" 하는 거다. 참 나~ 그 자리가 본인지정석이라도 되는 걸까?
옆에 있던 나이 지긋하신 할아버지가 쓴소리 한마디 하시더라.
"앉을만하니 앉지, 뭘 그러쇼. 출근길 서서 가면 다 힘든데 누구라도 앉아가면 되는 거 아니요."
그러면서 그 여자분에게 그냥 앉아있으라고 하더라. 뭔지 모르게 속이 시원한 한마디였다. 그렇게 따지면 나이 드신 분들은 교통약자석에만 앉고 일반석에는 앉지 말아야 하지 않을까? 젊은이들 힘든데 그 자리까지 당당하게 뺏어 앉지 않던가? 양보하지 않으면 별 이상한 소리까지 하는 분도 계시더라.
매일 지하철을 이용하는 대가로 날마다 실랑이를 벌이는 모습을 보는 것이 썩 유쾌하지는 않다. 사람 많은 지하철에서 잠시 앉아가겠다고 그렇게 니 나이가 많으니 내 나이가 더 많으니 하면서 싸울 일인가? 그런 모습을 보며 출퇴근해야 하는 다른 사람들은 안중에도 없는 것일까? 지하철에서도 나잇값은 필요하다 생각된다. 교통약자석에 앉으려고 하시는 분들, 제발 자리다툼으로 싸우지 말았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