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살고 있는 집으로 이사하기로 결정하고 공사를 어떻게 할 것인지 고민했던 공간은 거실과 베란다였다. 안방과 작은방, 주방과 욕실 그리고 다용도실은 있는 모습 그대로 사용해도 모두 제 역할을 잘할 수 있을 거 같았다. 깊게 고민하지 않고도 작은방 2개 중에서 공간이 더 방 하나만 확장공사를 하기로 결정했다.
큰 고민을 안겨준 거실과 베란다는 며칠을 두고 이게 좋을지 저게 좋을지 생각해봐야 했다. 거실과 베란다를 분리하는 문을 제거하고 확장해서 사용할 것인지, 아니면 기존대로 그냥 거실은 거실대로 베란다는 베란다대로 분리해서 사용할 것인지 쉽게 결정하지 못했다.
우리 부부와 아들과 딸, 네 식구가 살기에 거실은 부족함이 없는 크기다. 굳이 거실을 확장하지 않아도 사는데 불편함이 없고 좁다고 생각되지 않았다. 오히려 베란다는 거실과 분리되어 별도의 공간으로 존재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으로서 기존의 모습대로 유지하며 사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기에, 거실 확장에 대한 결정이 쉽지 않았다. 결국, 각각의 공간은 그 나름의 용도가 있다는 생각으로 분리하지 않고 확장공사는 하지 않는 것으로 결정하였고 그것에 맞추어 인테리어 공사를 하는 것으로 고민은 마무리되었다.
베란다를 예쁘고 특별한 공간으로 꾸미고 사는 사람들을 보면 그저 존경스럽고 부러울 뿐이다. 살림을 잘하고 공간을 잘 꾸미는 재주는 타고나는 것일까? 같은 공간이어도 꾸미는 사람에 따라 전혀 다른 모습으로 탄생할 수 있다는 것은 분명 꾸미는 재주는 타고난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우리 집 베란다를 보며 공간에 대한 꿈을 꾸기도 한다. 하릴없이 놀고 있는 베란다를 글 감성 물씬 돋아나게 하는 글방으로 만들면 어떨까? 자꾸만 기웃거리게 하는 공간이 되어 그곳에 가면 글이 술술 써지는 마법을 부리는듯한 그런 공간으로 만들 수는 없을까?
한쪽에는 재활용쓰레기가 자리를 차지하고, 다른 한쪽에는 자주 쓰지 않는 짐이 가지런히 놓여있다. 그 외에는 텅 빈 공간으로 베란다로 태어나 전혀 하는 일이 없다. 자고로, 아파트 베란다라 함은, 빨래 건조를 위한 공간이 되어주기도 하고 예쁜 화초를 가꿀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빨래건조의 역할은 건조기에게 빼앗긴 지 오래고 화초를 가꿀 줄 모르는 주인 덕분에 그곳에서 예쁜 꽃이 피어본적은 한 번도 없다.
가끔은, 우리 집에서 가장 사랑스럽고 귀여운 고양이의 특별한 장소가 되어줄 때도 있다. 거실 문을 열어놓으면 베란다로 나가 창밖을 보며 생각에 잠기는 장소가 되어주기도 한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궁금해질 만큼 오랜 시간 창밖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긴듯한 모습을 보며 고양이도 말을 하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엉뚱한 바람을 갖기도 한다. 생각에 잠긴 고양이를 보면 얼른 다가가 고양이를 안고 함께 창밖을 보며 각자 생각에 잠기기도 한다.
재활용 쓰레기를 잠깐 보관하고, 죽어가는 화초를 버리지 못해 그 옆에 함께 두고, 쓰지 않는 물건을 구석으로 몰아놓은 곳, 고작 그런 일을 하고 있는 우리 집 베란다의 모습은 보여줄 것이 없는 부끄러운 공간이다. 제대로 된 일을 할 수 있도록 역할을 주지 않은 주인의 잘못이 크다. 날마다 하릴없이 놀고 있는 베란다를 보면서 오직 나만의 공간으로 변신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꿈을 꾸기도 한다.
나만의 공간을 만드는 상상을 해본다. 추운 겨울을 대비해서 오래된 샷시를 교체해야겠다. 바닥에는 보일러를 깔아야겠다. 벽지는 좋아하는 푸른 계열로 골라봐야지. 예쁘면서도 튼튼한 책상과 의자를 고르고 천장에는 심플하면서도 멋스러운 조명을 달아야지. 아, 전기도 연결해야겠군. 노트북은 아들이 사준다고 했으니 걱정 없다. 창문에는 예쁜 레이스 커튼도 달아볼까? 나만 출입할 수 있도록 열쇠가 있는 문을 만들어야겠다.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생각했던 일이다. 하릴없이 놀고 있는 베란다를 나만의 공간으로 만들고 싶은 꿈, 매번 현실적인 문제로 실현하지 못하고 있다. 어느 정도까지 공사를 해야 할지 생각할 수도록 욕심이 커진다. 욕심은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만들기도 한다. 그렇게 시간만 흘려보내고 있다.
우리 집에는 서재가 따로 없다. 안방에서 거실로, 거실에서 식탁으로, 식탁에서 다시 안방으로 그때그때 편한 곳으로 옮겨 다니며 글을 쓰고 있다. 이렇게 써도 글은 쓸 수 있지만, 나만의 글방이 있으면 더 잘 쓰게 되지 않을까? 하릴없이 노는 베란다, 이제 글방으로 다시 태어나보자. 그럴 수 있겠지?
ps..
매거진 <살림보다 글을 더 잘 쓰고 싶어>는 글 쓰는 주부의 살림 이야기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작가들의 살림, 작가들이 살린, 작가들을 살린 이야기를 브런치에서 만난 다섯 명의 작가가 모여 함께 쓰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