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후, 시댁에서 7년을 살다가 분가하게 되었다. 우리 가족 4명이 살집을 구해야 하는데 남편도 나도 직장생활을 했기 때문에 여기저기 많은 곳을 다니며 발품을 팔 수가 없었다. 퇴근 후 평일에는 시간이 너무 늦어서 쉽지 않았고 주말에는 또 그 시간마다 일정이 있어서 집을 보러 다니기가 쉽지 않았다. 그런 우리가 할 수 있는 방법은 부동산중개사무소에 좋은 집이 나오면 연락을 해달라는 부탁을 하는 것이 전부였다.
평일 오후, 열심히 일하고 있는 시간에 전화가 왔다. 좋은 집이 나왔는데 시간이 되는지 확인하는 전화다. 일정을 조율하는데 매도자와 시간이 맞지 않는다. 집을 사려고 해도 매물로 나온 집을 보는 것부터 쉽지 않았다. 그런 현실적인 문제로 우리는 내 집 장만의 첫 시작을 어이없는 방법으로 선택했다.
아파트 구조는 똑같다는 생각을 했고, 매물로 나온 집이 아니더라도 같은 단지의 같은 동 구조를 보면 똑같지 않겠는가 생각했다. 매물로 나온 집은 여러 가지 조건을 따졌을 때 마음에 들었는데 단지, 내부를 볼 수 없는 것이 문제였다. 서로 시간을 맞추기가 힘들어서 어쩔 수 없이 같은 동의 다른 집을 보기로 했다.
집안의 상태를 볼 수 없어 염려스러웠지만 미리 봐서 알고 있는 중개인의 안심해도 된다는 설명을 듣고 다른 집 내부를 보고 매매하기로 결정했다. 결국, 우리가 살게 될 집 내부를 보지 못한 채 계약을 진행했다. 지금 생각하면 어이없는 일이라 생각되는데 그때는 아무 의심 없이 그렇게 진행했었다.
결혼하고 7년 만에 내 집마련을 한 셈이다. 지금처럼 아파트 값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랐던 시절이 아니었기에 가능했다. 내 집이 되려고 그랬는지, 아파트 내부도 보지 않은 채 사게 된 그곳에서 10년 넘게 잘 살았다.
아이들이 자라면서 좀 더 큰 집이 필요했다. 시댁에 살다가 분가하면서 처음 이사를 했고 집을 넓혀야 할 상황이 되어서 두 번째 이사를 하기로 결정했다. 역시나 많은 집을 보러 다닐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 여전히 우리 부부는 직장생활을 하고 있었고 주말이면 주말대로 바빴다. 이번에도 가까운 부동산에 부탁을 했다. 금액과 지역을 정해주고 적당한 집을 찾아달라고 부탁했다.
집을 사면서 이렇게 소극적이고 무관심하게 사는 경우가 얼마나 될까? 시간이 지나고 생각하니 황당하기 그지없다. 오며 가며 보았던 부동산중개인과의 인맥을 믿었을까? 아무 걱정도 없이 두 번의 이사를 하는 동안 집을 그렇게 구입했다.
이사를 하고 새집에 적응하며 살면서 늘 생각하는 것이 있었다. 지금도 여전히 생각하며 바라는 일이기도 하다. 작은집에 살 때나 좀 더 큰 집으로 옮겨서 살면서도 각 방과 거실을 보면 뭔가 정돈되지 않는 분위기가 느껴진다. 나름 정리를 한다고 해도 헌 집 같은 분위기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물론, 전체 리모델링을 한 것은 아니었으니 새집처럼 보일 수는 없겠으나 단정하고 깔끔하게 정리된 느낌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
뭐가 문제일까? 일단 정리정돈에 관심이 없다. 꾸미는 것에도 무관심하다. 사는데 지장 없을 만큼 정리된 상태라면 부족하다 생각하지 않는다. 솔직히 말하자면, 예쁘고 깔끔한 집에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닌데 하기 싫고 노동이 힘들어 포기했다고 해야 맞을듯하다. 그냥 대충하고 산다는 것이다.
정리정돈은 일상에서 매일 이루어져야 힘들지 않고 깔끔한 상태를 유지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한다. 눈에 보일 때마다 조금씩 정리하면 한 번에 몰아서 정리하느라 힘들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이게 실천이 안 된다. 나중에 하자, 주말에 하자, 라면서 뒤로 미루기 일쑤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에 퇴근 후 집안정리까지 하기에는 귀찮고 너무 피곤하기 때문이다. 부지런하지 못하고 게으르기 때문이기도 하다.
날마다 생활하는 공간이 깔끔하고 단정하기를 바라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마음에 들지 않은 채로 살아간다.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모델하우스처럼 깔끔하게 정리하고 사는 사람을 보면 존경스럽다. 요리에 손맛 없는 사람이 정리 정돈하는 손재주도 없는 것일까? 엄마는 하루 종일 바쁘게 농사일을 하시는데도 손맛도 좋고 손재주도 좋아 온 집안이 반짝반짝 빛난다. 아쉽게도 엄마의 부지런함을 닮지 못했나 보다.
정리 못하는 사람은 물건을 들이지 않는 것이 최선이다. 꼭 필요한 만큼, 최소한의 물건만 들이려고 애쓰고 있다. 정리정돈은 살림에서 뿐만 아니라 글쓰기에서도 필요하다. 해야 할 말을 하면서 필요 없는 말은 줄여 단정하게 정리된 글이 될 수 있어야 한다. 모델하우스처럼 깔끔한 집으로 만드는 손재주는 없으니, 글맛나게 정리하는 글재주를 살리는 노력을 해야겠다. 이번 생은 살림보다 글쓰기다.
ps..
매거진 <살림보다 글을 더 잘 쓰고 싶어>는 글 쓰는 주부의 살림 이야기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작가들의 살림, 작가들이 살린, 작가들을 살린 이야기를 브런치에서 만난 다섯 명의 작가가 모여 함께 쓰고 있습니다. @아는이모 @Jina가다 @치유의 하루 @미칼라책방 작가님들의 매거진도 방문해 보세요!
이미지 : 픽사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