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서 먹을게

어쩌다 작가의 먹고사는 이야기

by 단미

워킹맘으로 살면서 가장 힘든 일 중 하나는 아이들에게 매끼 먹이는 일이었다. 어린이집을 시작으로 초등학교에 가고 중고등학교에 다닐 때까지 그 시기마다 잘 먹었는지가 가장 큰 염려였다. 무슨 요리든지 뚝딱뚝딱할 줄 아는 살림 9단쯤 되면 끼니마다 먹이는 것이 일도 아니었을 텐데, 지금도 어려워하는 요리가 그때는 오죽했을까?


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단골 메뉴인 계란볶음밥 아니면 꼬마김밥으로 아침을 해결하고 된장국과 김치찌개를 돌려가며 저녁을 해결하기 일쑤였다. 엄마와 함께 퇴근하면서 날마다 비슷한 음식을 먹으며 얼마나 맛이 없었을까? 아들 딸이 어릴 때는 세상에 음식은 그것만 있는 줄 알며 자란 것은 아닐까?


그렇게라도 먹이겠다고 서툰 솜씨로 바쁘게 움직이며 애쓴 하루하루였다. 그 정성을 알아주기라도 한 것처럼 불평 없이 잘 먹고 잘 자라준 아이들이 새삼 고맙다.


"저녁은 뭐 먹을 거니?"

"제가 알아서 먹을게요"


다 큰 아들과 요즘 나누는 대화다. 퇴근하고 돌아오면 저녁을 챙겨 먹는 일은 여전히 숙제다. 예전과 다른 점이 있다면 아이들 밥은 챙기지 않아도 각자 알아서 해결한다는 것이다. 알아서 챙겨 먹을 테니 신경 쓰지 말라고 한다. 처음에는 챙겨주지 않고 알아서 챙겨 먹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 미안했다. 맛이 있든 없든 엄마가 해야 할 일이라는 생각이 자리 잡고 있었나 보다. 미안한 마음으로 지켜보면 엄마가 해준 밥보다 더 맛있게 잘해 먹는다.


어느 순간 걱정하지 않게 되었다. 미안한 마음도 내려놓았다. 이제는 '제가 알아서 먹을게요'라는 말이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들린다. 서로 다른 퇴근시간으로 인해 평일 식사는 자유롭게 각자 알아서 먹기로 한다.




잘 먹고 잘 살기 위해 직장생활을 하며 힘든 시간을 버티며 지나온 시간이다. 그 과정에서 때때로 이렇게 사는 것이 맞는 것일까? 생각하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아이들이 아프면 잘 먹이지 못해서 아픈 거 같았다. 한창 크고 있는데도 더 큰 아이들을 볼 때면 제대로 못 먹여서 키가 크지 않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기도 했다. 사람들 앞에 쑥스러워하는 모습을 보면 일하는 엄마여서 함께 해주지 못해 소심한 성격이 된 것은 아닌가 염려되기도 했다.


돌아보면, 먹고 사느라 바빠서 아이들에게 미안했던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 순간 최선을 다한 것이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면 항상 부족했음을 느낀다. 부족했다고 후회해도 소용없다는 것을 안다. 시간은 이미 흘러서 아이들은 성인이 되었고 보란 듯이 밥벌이를 하며 살고 있다.


먹고사는 일은 날마다 반복된다. 직장에서 오늘 점심은 뭘 먹을까? 날마다 무엇을 먹을지 고민을 한다. 저녁이면 오늘은 뭘 해 먹을까? 낮에 했던 같은 고민이 이어진다. 살면서 먹는 재미와 먹는 행복이 차지하는 비중을 무시하지 못한다. 어떤 이는 먹기 위해 산다고 할 정도로 먹는 것에 진심인 사람도 있다. 반대로 먹는 것이 의미 없어 생명에 지장 없을 만큼만 먹고사는 사람도 있다. 극과 극을 달리는 일부사람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사람은 먹는 즐거움이 살아가는데 큰 비중을 차지할 것이라 생각한다.




여전히 맛있는 음식을 해서 먹고사는 일은 부담스러운 일이다. 누구를 집으로 초대해서 음식을 대접해야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고 사는 것이 익숙하다. 요리와 친하지 않은 엄마 덕분에 자녀가 스스로 알아서 해 먹을 수 있을 정도의 요리실력을 갖추게 된 것을 고마워해야 할까? 잘하든 못하든, 긴 세월 먹이고 키우는 시간을 보냈다. 자녀가 어릴 때는 어쩔 수 없었지만 성인이 된 후에는 엄마가 아니어도 요리를 더 잘하는 사람이 하면 되는 일 아닐까?


"오늘은 뭐 먹을 거니?"

"알아서 먹을게요."

"엄마도 부탁해~"


이번생은 요리보다 더 잘하는 것을 계발하고 싶다. 예를 들면, 글쓰기라든지. 책 쓰기라든지.



ps..

매거진 <살림보다 글을 더 잘 쓰고 싶어>는 글 쓰는 주부의 살림 이야기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작가들의 살림, 작가들이 살린, 작가들을 살린 이야기를 브런치에서 만난 다섯 명의 작가가 모여 함께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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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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