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먹듯이 글을 지으며

어쩌다 작가는 살림보다 글쓰기

by 단미

밥을 좋아해서 '밥순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무엇을 먹어도 마지막에는 항상 밥을 먹는 것을 보며 친구들이 붙여준 별명이다. 난 밥순이가 좋다. 콩과 보리쌀 등 여러 가지 잡곡을 넣어 건강에 좋다는 잡곡밥보다 하얀 쌀밥을 좋아한다. 밥을 좋아하는 사람은 하얀 쌀밥의 달콤함을 알 것이다. 많은 반찬 필요 없이 김치만 있어도 밥 한 공기를 잘 먹을 만큼 밥을 좋아했다.


지금도 밥을 좋아하지만, 현재는 먹는 대로 살로 가는 것을 조금이라도 줄여보기 위해 최대한 밥을 적게 먹으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하지만, 여전히 밥을 사랑한다. 고슬고슬하게 지어진 하얀 쌀밥을 한 숟갈 크게 떠 입에 넣고 꼭꼭 씹으면 씹을수록 단맛이 난다. 잘 익은 김치 한가닥 얹어 먹으면 그 맛은 또 어찌나 좋은지, 아삭하고 시원한 김치의 개운한 맛과 달콤한 쌀밥의 궁합이 잘 맞는다.


한국인에게 밥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소중한 존재다. 밥 먹는 일이 얼마나 귀한 일이었으면 인사가 식사하셨어요? 가 되었을까. 먹고살기 힘들었던 시절부터 잘 먹고사는 지금까지 식사하셨어요?라는 안부인사는 변함이 없다. 밥 한번 먹자는 약속은 수시로 한다. 실제로 만나서 밥을 먹든 먹지 못하든지 언제 밥 한 번 먹자,라고 건네는 인사만 봐도 사람들이 만나면 밥부터 챙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부모가 자식을 볼 때마다 늘 밥 먹었냐고 묻듯이, 자식도 부모를 만나면 식사하셨는지 빼놓지 않고 확인한다. 엄마가 나에게 그리 하셨듯이 나도 아이들에게 항상 밥을 잘 먹어야 한다고 밥심을 강조했다. 이렇듯 우리는 밥심으로 살아왔다. 앞으로도 여전히 그리 살아가지 않을까?




날마다 밥을 먹고사는 것처럼 매일 글을 쓰며 살고 싶다. 어느 날은 진수성찬으로 밥을 먹듯 글감이 풍부한 날도 있을 테고 어느 날은 국에 말아서 후루룩 해치우듯 휘갈기는 날도 있을 것이다. 어떤 글을 쓰더라도 글쓰기를 놓지 않고 매일 쓰고 있다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밥심 대신 글 심을 키워보면 어떨까. 꼬박꼬박 밥을 지어 먹여야 하는 아이들은 다 자라 성인이 되었고 나만 바라보던 남편도 혼자서 잘 챙겨 먹을 만큼 손이 가지 않는다. 이제 누군가를 위해 밥심을 나눠야 할 일은 많지 않다. 모두 각자 알아서 잘 먹고사는 때가 되니 이제는 나를 위한 밥심을 길러야겠다 생각한다.


나이 들어도 여전히 잘 먹어야 힘을 내고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 사는 동안 밥숟가락 사용은 잘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이쯤 해서 나는 밥심을 글 심으로 옮겨볼생각이다. 밥순이가 글순이가 되는 것도 멋진 일일 테니까.


밥을 좋아하던 밥순이가 글쓰기를 좋아하더니 어쩌다 작가가 되었다. 밥 먹던 힘으로 글을 써보자. 모든 먹거리 끝에 밥으로 마무리했듯, 모든 일과 끝에 글쓰기로 마무리해 보자. 밥먹듯이 글을 지으며 글순이로 거듭나고 싶다. 오늘도 여전히 쓰고 있는 내가 좋다.





ps..

매거진 <살림보다 글을 더 잘 쓰고 싶어>는 글 쓰는 주부의 살림 이야기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작가들의 살림, 작가들이 살린, 작가들을 살린 이야기를 브런치에서 만난 다섯 명의 작가가 모여 함께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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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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