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림보다 글을 더 잘 쓰고 싶어

에필로그

by 단미

시작은 수다였다. 브런치북을 쓰기 위해 모인 우리는 브런치북이 마무리되었음에도 이별하지 못했다. 매일 글수다를 나누며 살림에 대한 이야기까지 하게 되었다. 각자 살아온 세월 속에 마주한 살림이야기를 글로 쓴다면 얼마나 많은 이야기가 나올까, 각자 다른 환경 속에서 이어져온 살림은 어떤 모습일까, 설렘을 가져다주었고 함께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는 훌륭한 글거리가 되어 주었다.


그렇게 시작된 살림이야기, 어쩌면 아주 쉽게 글을 쓸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시작부터 어려웠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가장 자신 없는 분야가 살림이었다는 것을 생각하지 못했다. 그랬다. 나에게 살림이란 아주 어려운 분야였다. 요리를 하는 것도, 정리를 하는 것도, 청소를 하는 것도 나에게는 버거운 일이었다.


그렇게 어려운 일을 글로 쓰는 것이 쉬울 거라 생각했다니, 머리를 쥐어박고 싶었으나 이미 늦었다. 시작했으니 어떻게든 써야 했다. 쓰면서도 미안하고 편하지 않았다. 살림이야기를 글로 쓰는 일은 살림을 하는 것만큼이나 어려웠다. 살림에 대해 아는 것이 없으니 쓰는 것도 힘들었던 거 같다. 어렵게 써낸 글이다.




동화를 쓰면서 살림이야기를 기획하고 이끌어준 현아작가님은 신혼 때부터 굵직한 살림을 해오며 내공이 가득한 글을 보여주었다. 사춘기에 접어든 아들 딸과 고3 아들을 케어하며 하루가 어떻게 지나는지 모를 만큼 정신없이 보내는 경혜작가님은 마치 빨래방을 운영하고 식당을 운영하듯 뚝딱뚝딱 맞춤식으로 나오는 살림이야기에 박수를 보내주고 싶다.


역시나 세 아이를 키우고 남편 따라 여러 지역으로 옮겨 다니며 살아온 지나작가님의 살림이야기는 어쩌면 그렇게 우아하고 멋스러운지, 따라 하고 배우고 싶은 모습이다. 살림이야기의 막내 치유작가님, 남들이 부러워하는 좋은 직장을 과감하게 퇴사하고 지방도시로 한달살이를 떠난 모습은 정말 부러웠다. 아픔을 경험하며 치유의 삶을 살기 위해 실천하는 살림이야기는 더 특별했다.


함께하는 작가님들의 똑 부러진 살림이야기를 읽으며 부끄러운 생각이 들기도 했다. 부끄럽지만 살림에 약한 것도 내 모습이기에 받아들이기로 한다.




글 쓰는 주부의 살림이야기로 작가들의 살림, 작가들이 살린, 작가들을 살린 이야기를 찾아 오래된 기억을 되살리기도 하고 그때와 지금은 어떤 변화가 있는지 살펴보는 시간이기도 했다. 살림이 어려웠듯 그 어려움을 글로 쓰는 것이 고역스럽기도 했지만 함께 할 수 있어 충분히 이겨낼 수 있었던 고마운 시간이었다.


아주 오랫동안 성실하게 열심히 살아왔지만, 살림은 여전히 어렵고 재미없다. 앞으로 살아가면서 어렵더라도 재밌는 일을 하고 싶다. 어쩌다 작가가 되었으니, 이번생은 살림보다 글쓰기를 더 잘하고 싶다. 함께 한 작가님들에게 고마움을 전하며 앞으로도 함께 글쓰며 성장하는 우리가 되길 바란다.




ps..

매거진 <살림보다 글을 더 잘 쓰고 싶어>는 글 쓰는 주부의 살림 이야기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작가들의 살림, 작가들이 살린, 작가들을 살린 이야기를 브런치에서 만난 다섯 명의 작가가 모여 함께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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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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