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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미 Dec 20. 2023

이래 저래 속상한 어머님께

날씨가 많이 춥습니다. 

내일은 체감온도가 영하 20도가 넘을 거라는 예보를 봤습니다. 

겨울이 겨울다운 모습을 보이는데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잔뜩 움츠리게 됩니다. 




벌써 3년이 훌쩍 넘었습니다. 아버님에게 나타난 간단한 피부질환이 이렇게 오랫동안 이어질 줄 몰랐습니다. 병명도 생소한 혈소판 감소증과 엎친데 덮친 격으로 대장암 발병까지, 가족 모두가 정신없이 보낸 시간이었어요. 


3년이 넘는 시간 동안 어머님 마음고생이 가장 심했을 거라 짐작해 봅니다. 예민해진 아버님을 돌보느라 힘들고, 도움받는 아들 며느리 신경 쓰느라 힘들고, 내 몸도 성치 않은데 갑자가 환자가 된 아버님을 감당하기가 쉽지 않았을 거라 생각됩니다.


곧 무슨 일이 일어날 거 같았던 급박한 상황을 몇 번 보내면서 그때마다 마음 졸였을 텐데, 그 마음을 어디에 하소연할 곳도 없었으니 답답했겠지요. 다행히 3년이라는 시간이 헛되지 않았나 봅니다. 이젠 다급함을 내려놓고 한숨 돌릴 수 있을 만큼 회복이 되고 있어서 다행입니다. 


너무 많은 에너지를 쏟았을까요? 마음 졸임이 심한 탓일까요? 이제는 어머님 허리가 더 이상 미룰 수 없을 만큼 좋지 않은 상태가 되고 말았습니다. 싫다 하셨지만, 설득하고 겨우 진행된 시술과 주사치료에도 불구하고 전혀 차도가 없는 상황이 되고 보니,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싫다고 했어도 억지로라도 좀 더 빨리 시술을 했어야 하는 것은 아니었는지 후회가 됩니다.


몸이 마음대로 되지 않으니 원망과 서운함이 아버님에게로 향하시는 듯합니다. 성한 몸이었을 때는 아무렇지 않던 행동이었지만, 아픈 몸인데도 똑같이 하는 것에 대해 배려하지 않음에 화가 나시는 듯했습니다. 그동안 하지 않던 말씀을 하시는 걸 보며 많이 힘드셨구나, 생각했습니다. 


사람이 아프면 작은 행동하나에도 마음 다치기 쉽지요. 아버님은 본인이 환자라고 생각하며 어머님의 보살핌을 당연스럽게 받아왔나 봅니다. 내 아픔만 알고 어머님의 아픔을 미처 알지 못했나 봅니다. 어머님의 힘든 상태를 설명 듣고 많이 미안해하시며 눈을 마주치지 못하셨지요.


속상한 마음을 털어내듯 격한 심정으로 그동안 쌓였던 감정을 토해내시는 모습에 저도 죄송한 마음이 되었습니다. 곁에서 챙긴다고 애썼지만 어머님 마음에 상처 나는 것을 알지 못했습니다. 늘 괜찮다 하셔서 그런 줄 알았습니다. 어머님의 다친 마음을 알아챈 후 주말이면 일부러 함께 외출하며 기분전환이 될 수 있도록 노력했습니다. 그런 시간에 고맙다 하셨지요. 외출이라고 해봐야 함께 병원 가는 것이 대부분이지만, 진료 후에 맛있는 점심을 먹으며 기분이 좋아질 수 있는 시간을 가지려 애썼지요. 


누구의 도움 없이, 누구에게 의지함도 없이 씩씩하고 당당한 생활을 했던 지난날이 그립습니다. 언제 이렇게 세월이 흘렀는지, 야속합니다. 


몸이 아프면 마음이 약해지기 마련입니다. 작은 일에도 서운함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다 알아차리지 못해 서운한 마음이 될 때는 바로 말씀해 주세요. 저도 나이가 들었나 봅니다. 예전만큼 세심하지 못한 경우가 생깁니다. 환자는 아파서 힘들고, 환자를 보살피는 보호자는 간호하느라 힘듭니다. 서로 배려하지 않으면 모두가 상처만 남을 거예요. 애쓴다, 고생한다, 그런 말씀만 하지 마시고 누구에게라도 서운함이 커져 마음이 속상할 때는 밖으로 풀어내셨으면 좋겠어요. 저에게라도 말씀하세요. 현실이 달라질 것은 없더라도 속은 시원해지지 않을까요?


만만치 않은 현실이지만, 서로 배려하며 잘 이겨내야지요. 이래저래 속상한 어머님 마음도 잘 다독여졌으면 좋겠습니다. 추운 날씨에 감기 조심하시길 바랍니다. @며느리드림.

 


이미지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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