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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미 Dec 27. 2023

매일 보는 우리, 직장동료에게

한 해가 저물어가는 시점에서 우리의 관계를 되돌아봅니다. 우리의 만남이 언제였는지 기억하시나요? 손가락 접어가며 세어보니 벌써 20년이 넘는 세월을 함께 보냈더군요. 언제 그렇게 많은 시간이 흘렀을까요?


한 직장에서 20년이 넘는 시간을 보낸 우리는 어쩌면 가족보다 더 많은 시간을 보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한결같은 모습으로 아침마다 얼굴을 마주하며 보낸 시간이 새삼스럽게 대단하게 다가옵니다. 일하는 사이로 만났지만, 어쩌면 가족보다 속마음을 더 잘 알지 않을까요? 표정만 봐도 지금 기분이 어떤지, 어떤 생각을 하는지, 마음이 어떤 상태인지 파악이 될 만큼 서로에 대해 알고도 남을 것입니다.




아침을 먹다가 반찬투정으로 엄마와 아버지가 다툰 이야기부터 추운 날 외출하지 말라고 그리 당부해도 굳이 마트에 다녀오는 엄마 걱정하는 일, 시댁에 무슨 일이 있는지, 시아버지 병원은 언제 다녀왔는지, 친정에는 언제 가는지 일정까지 자연스럽게 서로의 안부를 주고받지요. 


언젠가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지요. 20년을 함께하면서 어떻게 얼굴 한 번 붉힌 적이 없는지 신기하다고요. 지금 생각해도 신기합니다. 그 이유를 생각해 보면, 우린 서로에 대해 너무 잘 알기 때문이 아닐까요? 상대방이 힘들거나 언짢은 일이 있을 때면 알아서 기분전환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느라 바쁘잖아요. 업무적으로 스트레스를 받을 때면 커피 한잔 하자며 잠시 일에서 멀어질 수 있도록 해주잖아요. 도와줄 수 없을 만큼 혼자서 해결해야 할 일이 발생할 때는 신경 거슬리지 않게 조심하며 묵묵히 기다려주기도 하지요. 사소한 것 같지만, 오랜 시간 함께 해오며 서로 기분 상한 일 없고 언성높이는 일 없이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이라 생각됩니다.


우스갯소리로 퇴직하게 되면, 함께 퇴직해서 무슨 일이든 같이 해보자고 이야기하곤 하지요. 서로에 대해 배려하며 생각이 같은 방향으로 향하는 우리는 뭘 해도 잘할 거라며 뭔가를 계획해보기도 합니다. 하지만, 직장생활만 하던 우리가 새로운 일에 도전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기에 선뜻 나서는 것이 쉽지는 않습니다. 나이 먹어도 새로운 일을 마주하는 것이 겁이 나기도 합니다. 아니, 나이를 먹어서 더 힘든 일이기도 하지요.




딸아이가 백일 때 입사했는데 어느새 어엿한 직장인이 되었어요. 딸이 성장한 만큼 엄마인 저도 나이가 들고 곧 직장생활을 마무리해야 할 시기가 다가오겠지요. 지금의 시간을 앞으로 얼마나 더 이어갈 수 있을지 알 수 없지만, 매일 만나는 시간 동안 지금처럼 변함없이 지낼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매일 보는 우리, 이미 가족이나 다름없지요. 오랜 시간 동안 많이 고맙고 감사했습니다. 앞으로도 서로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기로 해요. 나이 들어도 여전히 능력 있는 직장인으로 살아가는 우리, 스스로 대견해하면 좋겠어요. 젊은 시절만큼 몸과 마음이 따라주지 못해도 우린 여전히 제 몫을 충분히 하고 있으니까요. 늘 응원합니다. 마음 따뜻한 연말 보내요. @매일 보는 직장동료에게 단미.



이미지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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