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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미 Jan 03. 2024

고마운 요양보호사님께

감사하다는 인사를 먼저 드리고 싶습니다. 고맙습니다.


만난 지 3개월이라는 짧은 시간이지만 저에게는 3년쯤 된 시간으로 다가옵니다. 요양보호사님이 집에 오시고 저의 일상이 얼마나 가벼워졌는지 모르실 겁니다. 하루 3시간 아버님과 함께 생활하는 것이지만 저의 체감은 종일 보살펴주시는 듯한 느낌입니다.


아버님이 거동이 불편해지면서 요양보호 등급을 받았지만, 모르는 사람이 집에 오는 것을 반가워하지 않는 어머님의 반대로 요양보호신청을 할 수 없었습니다. 많은 시간이 지난 후, 어머님도 힘에 겨워 어쩔 수 없이 요양보호 신청하기로 했던 지난 시간이 떠오릅니다.


혼자서 거동하기 불편하니, 하루에 한 번 산책만 할 수 있어도 좋을 거 같았습니다. 입맛이 없다 하시니 입에 맞는 반찬 하나만 해줘도 감사할 거 같았습니다. 총명함이 사라져 약을 드시는 것도 헷갈려하시니 제시간에 드실 약만 챙겨줘도 수월할 거 같았습니다. 평일에 급하게 가까운 병원이라도 다녀와야 할 일이 생기면 누군가 도와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모든 신경이 시부모님께 향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 저의 생활 속으로 요양보호사님이 오시고 나서 제가 바라던 모든 것이 현실이 되었습니다.


가끔 예전에 먹던 음식이 생각난다고 하시면 먹고 싶다는 음식을 해주셨지요. 식전과 식사 후 먹어야 할 약을 챙겨주셨어요. 또 햇살 좋은 날에 산책하며 바깥바람을 쐴 수 있게 해 주셨지요. 그뿐인가요? 필요한 예방접종은 물론이고 몸이 불편한 곳이 있을 때 가까운 병원에 다녀오는 일, 외부업무를 위한 외출과 간단한 생활용품을 구입하는 일까지 도맡아주셨어요. 어느 날은 목욕을 시켜드리고 또 다른 날에는 이발을 해주셨지요.


주말에 저희 부부가 해야 할 일을 모두 해주시니 지금은 할 일이 없을 정도입니다. 여유롭게 컨디션이 어떤지 살피고 일주일 동안 있었던 일을 들으며 마주 앉아 이야기 나누는 주말이 되었습니다. 이런 시간이 얼마나 감사한지요.


감사해서 작은 선물을 드리니 해준 것도 없다 하시며 미안해하셨지요. 무엇보다 아버님이 고마워하십니다. 낯가리는 어머님도 편안해하시고요.


건강은 장담할 수 없는 일이니, 시부모님도 아프고 싶어서 아픈 것은 아닐 것입니다. 하지만, 오랜 시간 이어지는 병간호는 사람을 지치게 만들기도 하지요. 저희 부부가 지쳐갈 즈음 요양보호사님이 천사처럼 다가왔어요. 사람관계는 서로가 노력해야 좋은 관계를 이어갈 수 있을 것입니다. 도움을 주고받는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라 생각됩니다. 마음을 다해 보살펴주시는 요양보호사님의 마음을 감사히 받습니다. 저 또한, 누군가에게 그런 마음을 줄 수 있는 기회가 온다면 기꺼이 베풀고 싶습니다.


가족이 건강할 때는 이런 도움을 받을 거라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남일이라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사람일은 모른다더니, 그런가 봅니다. 제가 해야 할 일을 미루는 것 같아 염치없지만, 앞으로도 그 마음을 잘 받겠습니다. 항상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고마운 요양보호사님께 단미드림.



이미지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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