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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미 Jan 17. 2024

출근길 지하철에서 코 고는 아저씨께

3일째 똑같은 상황을 겪습니다. 마치 데자뷔현상처럼 그제도 어제도 오늘도 똑같은 상황을 보며 몇 자 적어봅니다. 


고백하자면, 저도 코를 곱니다. 피곤하거나 술 한잔 하는 날에는 여지없이 코를 골았다는 소리를 듣게 됩니다. 젊은 시절에는 골지 않았는데 나이 들면서 코골이도 생기는가 봅니다. 주변에서도 코를 곤다는 사람들을 많이 보고 듣습니다. 누구나 코를 골수 있고 내가 잠든 상황에서 코골이가 시작되는 것이니 나는 알 수 없는 일이기도 합니다. 아이러니하지요, 남은 괴로운데 나는 모르는 일이라니.


지하철을 이용하여 출퇴근을 하고 있습니다. 특별한 일이 생기지 않는 한, 매일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지하철을 타게 됩니다. 그제도 어제도 오늘도 똑같은 곳에서 탔습니다. 승차하고도 늘 서는 곳에 자리하게 됩니다. 습관이란 무서운 것이지요. 내가 늘 서 있는 곳이 익숙해지고 그곳이 안정되게 느껴져서 그런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도저히 끼어들 공간이 없다면 어쩔 수 없지만, 어지간하면 늘 같은 곳에 자리 잡고 서 있습니다. 


그렇게 늘 같은 시간, 같은 열차, 같은 장소에 서서 출근하는데 3일째 같은 소리를 듣게 되었습니다. 


'드르릉~~~ 드르릉~~ 컥'

'드르릉~~~ 드르릉~~~~ 컥'


정거장이 지날수록 소리는 커지고 사람들은 소리 나는 곳을 쳐다보기 시작합니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코 고는 소리에 모두가 예민해지고 신경 쓰이기 시작한 것이지요. 출근길 지하철은 상당히 조용합니다. 누군가 큰소리로 통화하지 않는 한 모두가 소리 없이 휴대폰을 보거나 눈을 감고 있거나 하지요. 그렇게 조용한 지하철에서 코 고는 소리는 얼마나 크게 들리는지요. 하지만, 몇 정거장이 지나도록 아무도 흔들어 깨우지 않습니다. 깨우지 않는 것일까요? 깨우지 못하는 것일까요? 깊이 생각하면 씁쓸함이 느껴집니다. 


코 고는 소리가 싫다고 다른 칸으로 이동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지하철 안에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지요. 괴롭지만, 드르렁거리며 갈수록 커지는 코 고는 소리를 듣고 있어야 했습니다. 


3일 연속 술 한잔 하셨을까요? 매일매일이 고단함이 넘쳐서 그런 걸까요? 조용한 지하철이라고 해도 그렇게 편안하게 그것도 코를 골만큼 아주 깊이 잠이 들 수 있다는 것이 부럽기도 합니다. 잠이 보약이라는데 요즘 쉽게 잠들지 못하는 사람이 많잖아요. 저 역시 때론 잠드는 것이 힘들 때가 있습니다. 그런 것을 보면 많은 사람이 있고 편안하게 누운 상태도 아닌데 안방에서 잠 자듯이 드르렁 거리며 잠잘 수 있는 당신이 대단해 보입니다.


다만, 그곳은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지하철이라는 것을 조그만 생각 해주면 어떨까 싶습니다. 앉아서 코를 드르렁거리고 있을 때 많은 사람이 귀를 막고 싶을 만큼 괴로운 마음으로 서 있어야 한다는 것을 생각해 주시면 얼마나 감사할까요?


출근길 지하철에서 코 고는 아저씨, 내일은 편안한 출근길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단미


이미지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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