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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미 Jan 31. 2024

엄마김치를 보며, 엄마에게

1년 된 김치를 꺼내보니 어쩜 이렇게 고울수가 있을까요? 맛은 또 얼마나 좋은지, 시원하고 아삭하게 씹히는 맛이 금세 밥 한 그릇 뚝딱 할거 같습니다. 역시, 엄마 김치는 명품김치라고 자랑할 만합니다. 


정성 들여 담근 김치를 1년 내내 먹으며 감사한 마음을 잊지 않습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나이가 들수록 김치를 받아먹을 수 있다는 사실에 고마움이 커집니다. 주고도 또 주려고 하는 엄마의 마음이 감사하면서도 걱정이 됩니다. 자식이 어른이 된 시간만큼 엄마에게도 세월이 그대로 머물다 가기 때문이지요.


더구나, 엄마는 여전히 치료를 받아야 하는 환자이기도 하지요. 그럼에도 씩씩하게 생활하는 것을 보면 전혀 아픈 사람 같지 않아서 다행이라 생각하면서도 무리하게 보이는 노동에 걱정을 떨쳐버릴 수가 없습니다. 변덕이 심한 올 겨울날씨에 어지간해서는 앓지 않던 감기가 심하게 찾아오고, 기운을 차리지 못하는 모습을 보며 가슴이 덜컥 내려앉기도 했습니다. 


감기로 고생하는 엄마소식을 듣고도 바쁘다는 핑계로 선뜻 찾아가지 못한 현실이 못마땅하기도 합니다. 예전과 다르게 KTX를 타면 서울에서 나주까지 2시간이면 충분할 텐데도 말입니다. 


"살다 보면 감기도 들고 아프기도 하고 그런 거지, 뭘 그리 호들갑이다냐"라고 말씀하셨지요. 흔한 감기가 건강한 사람한테는 별일 아니지만, 엄마한테는 큰일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생각하셨으면 좋겠습니다. 감기가 심해지고 오래되면 폐렴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 무서운 일이지요. 2주에 한번 항암치료를 하는데, 컨디션이 좋지 않으면 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아야지요. 지금까지 별일 없이 잘 유지해오고 있는데 감기가 걱정이 아니라, 감기로 인해 더 큰일이 생길까 봐 염려되는 것입니다. 


추운 날은 외출을 삼가고 집안에서 활동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섭이 되고 잔소리로 들릴지도 모르겠습니다. 말린다고 하지 않을 엄마가 아니기에 말리지도 않지만, 스스로 무리하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지켰으면 좋겠습니다. 


엄마의 명품김치를 보며 오래오래 받아먹고 싶은 마음이 더 커집니다. 늘 주고도 부족해서 더 많은 것을 주려고 하는 엄마의 마음을 잘 압니다. 김치를 많이 먹지 않아서 아쉬워하는 마음도 잘 알고요. 먹는 것이 엄마의 성에 차지 않아도 매일 그 김치를 맛있게 먹고 있습니다. 


엄마, 이제는 평생 해오던 농사일을 조금 내려놓고 하루를 가볍게 보냈으면 좋겠습니다. 일을 그만둘 수는 없지만 조금만 덜 했으면 좋겠습니다. 무리하면 절대 안 된다는 것을 명심했으면 좋겠습니다. 엄마의 명품김치를 오래오래 먹고 싶으니까요. 곧, 찾아뵐게요, 건강한 엄마모습 보고 싶어요. 아프지 마세요. @김치를 좋아하는 둘째 딸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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