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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미 Jan 10. 2024

그리운 소꿉친구에게, 그땐 그랬었지

친구야,

아주 오래된 일이라 기억하지 못하는 일도 많고, 서로 이야기하면서 그런 일이 있었는지조차 생각나지 않는 것도 많지만, 그 시간을 함께 했다는 것만은 우리 모두 확실하게 기억하고 있지.


어린 시절을 함께 보낸 기억은 우리도 깊이를 알 수 없을 만큼 아주 익숙한 편안함으로 깊게 자리하고 있는 거 같아. 그러니 아무리 오랜만에 만나도 어제 만난 것처럼 부담 없이 반갑게 볼 수 있는 거 아닐까?


어릴 적 시골에서 자란 환경은 어쩌면 돈으로 살 수 없는 크나큰 행복인 거 같아. 물론, 그 당시에는 시골을 벗어나고 싶은 생각뿐이었지만, 나이가 들수록 그리움의 크기가 커지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


초등학교를 같이 다녔어도 도시와 시골의 정서는 완전히 다르잖아. 나중에 안 일이지만 도시에서는 돈독한 정을 나누는 동창회라는 모임이 그다지 많지 않다는 것을 알았어. 다 그렇지는 않겠지만, 그런 모임이 있어도 우리들 초등학교 모임과는 비교가 되지 않았어. 우정 속에 끈끈함이 없다고 해야 할까, 우리가 나누는 정이라는 것 없다는 거야.


친구들을 만나도 친하게 지낸 몇몇 소모임이 있을 뿐 목적 없는 동창회라는 모임을 낯설어하는 거 보면 분명 도시와 시골의 친구모임에도 차이가 느껴진다. 우리에겐 동창회도 특별한 돈독함이 있잖아.




서울에서 생활한 지 30년이 지났으니 이제는 어린 시절을 보냈던 고향에서의 시간보다 더 많은 시간을 도시에서 보냈다. 도시에서 사는 것이 좋았고 살면서 시골에 가서 살고 싶은 생각은 없었는데, 요즘은 조금씩 생각이 달라지고 있어. 시골에서 살아도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나이 들어서 그런 걸까?


가끔 시골 가서 보면 옛 모습은 사라지고 없더라. 여름이면 물장구치고 놀던 넓은 냇가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수풀만 무성해져 있더라. 작은 바위 위에 올라가 다이빙하듯 뛰어내리던 모습이 눈앞에 선한데 그곳도 사라지고 없더라. 한여름날 텀벙거리며 냇가에서 놀다가 넓은 돌 위에 앉아 나른해질 때까지 햇살을 즐기던 모습도 떠오른다. 


겨울이면 얼음을 깨며 놀다가 발이 풍덩 빠지기도 했었지. 차가운 냇물에 발이 빠져서 신발이 젖어 부뚜막에 말리느라 고생하기도 했지. 신발이 마를 때까지 엄마한테 잔소리를 들어야 했던 것은 덤이었어. 눈 쌓인 날에는 추수가 끝난 논에서 손야구를 하며 신나게 놀았었지. '이쪽으로 던져', '달려~ 빨리빨리~~' 동네 친구들 다 모여서 신나게 놀았던 그때의 떠들썩한 소리가 들리는듯하다. 그런 날도 집에 가면 여전히 혼나기 일쑤였다. 던지고 달리며 넘어져 옷이 엉망이 되곤 했으니까.


요즘 아이들은 우리가 어렸을 때와는 다르겠지. 시골이나 도시나 차이가 없을 거 같아. 이런 이야기하면 옛날이야기쯤으로 알지도 모르겠다. 함께 자란 우리만 아는 이런 이야기 주변에서 공감하는 사람이 많지 않아. 그 정서를 알 수 없으면 공감할 수 없는 이야기이기도 하지. 우리들만의 추억, 요즘 가끔 그 시절이 생각난다.


우리가 만난 지 오래되어 더 그리운지도 모르겠다. 서로 다른 환경에서 살아가느라 얼굴 보기도 힘들구나. 우리는 잘 살고 있는 것일까?


문득, 지난날이 그리워지고 그 속에 친구들이 있었다는 사실을 기억하며 추억 속으로 들어가다 보니 친구가 보고 싶어 진다. 우리 만나는 날, 그땐 그랬었지~ 하면서 추억 한 보따리 꺼내보자. 만날 때까지 건강하자. @그리운 소꿉친구에게 단미.



이미지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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