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공부할 때

by 단미

배움에는 나이가 없다지만, 한번 배워볼까 하는 생각만으로 대책 없이 엉뚱하고 무모하게 내린 결정은 어이없어 헛웃음 짓게 한다. 무슨 생각으로 그런 결정을 했는지 모르겠다. 그것도 문예창작학과라니.


업무가 시작되는 연초는 일하는 것에 집중하기도 버거운 시간이 이어지고 하루의 시간이 어찌 가는지 모를 만큼 바쁜 일상이 계속되는 시기다. 상반기는 늘 일에 파묻혀 다른 일 생각할 여유가 주어지지 않아 몸은 시간에 쫓겨 빠듯하고 정신은 삭막함으로 피폐해져 지내기 일쑤다. 그 와중에 무슨 정신으로 새로운 일에 도전할 생각을 했을까?


"같이 배워볼까?"

"그럴까?"


아들하고 글쓰기에 대한 대화를 나누다가 문예창작학과에 입학해서 공부해 보면 어떨까, 하는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우연히 만난 문예창작학과 학생의 이야기를 듣고 나니, 괜히 마음이 급해진 느낌이랄까, 더 늦기 전에 지금 꼭 배워야 할 거 같은 기분이랄까, 아무튼 그렇게 시작된 이야기로 너무나 갑작스럽게 문예창작학과에 입학하게 되었다.




아주 오래전 기억이 떠오른다. 초등학교 졸업을 앞두고 중학교 진학을 결정해야 할 시기였다. 일찍 돌아가신 아버지 대신 오롯이 엄마 혼자서 집안의 모든 일을 도맡아 책임져야 했다. 몸이 불편한 시부모를 모시고 올망졸망 어린 4남매 키우며 생계를 책임져야 했던 엄마의 어깨가 더없이 겁고 힘겨웠을 것이다. 그 옛날, 남들은 당연하게 여겼을지 모르는 중학교 입학이 나에게는 넘기 힘든 현실로 다가왔다. 며칠을 고민하던 엄마는 1년만 쉬었다가 중학교는 내년에 가라고 했다.


무상교육을 받는 요즘은 상상할 수 없는 오래전 현실이다. 그 시절 육성회비 납부하는 것도 버거웠던 형편이었으니 초등학교 졸업하고 중학교를 못 간 아이들이 꽤 있었다. 1년 후를 기약하며 진학하지 못하고 집안일을 돕는 아이도 있었고, 서울이나 부산으로 떠나 공장에 취직하는 아이도 있었다. 집안형편이 어려운 집은 아이나 어른이나 그저 현실이 그러니 자연스럽게 받이들이기도 했다.


1년만 쉬었다 내년에 진학하라는 엄마의 말이 그토록 속상하고 억울했을까? 작은방 윗목에서 벽에 기대고 앉아 다리를 바둥거리며 일주일을 울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학교 보내달라고 조르며 보낸 일주일은 공부에 대한 열망은 아니었을 텐데 왜 그토록 울고불고 난리였을까?


결국 엄마가 졌다. 시골 초등학교 졸업 후 읍내에 있는 중학교에 진학했다. 그것이 전부였다. 중학교에 진학했지만, 주변에 누군가 공부를 잘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이도 없었고 형편이 좋아 과외를 하거나 학원을 다닐 수도 없었으니 그저 학교에서 배운 것이 다였다. 스스로 공부해서 남보다 뛰어난 성적을 받은 것도 아니고 공부에 크게 흥미를 느낀 것도 아니었다.


울고불고 난리 치며 진학한 중학교 생활은 중간정도의 성적으로 특별하게 튀지도 않고 무난하게 졸업했다. 형편에 맞게 취업을 위한 상업계 고등학교 진학, 중학교와 다름없이 무난하게 졸업하고 취업 후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직장생활을 하며 업무와 관련된 공부를 하고 싶어서 방송대 경영학과에 입학했다. 직장생활을 병행하며 시작된 공부가 쉬울 리 없었다. 중간에 결혼하고 육아하는 동안 휴학하는 시간이 필요했고 겨우 10년 만에 졸업했다. 그곳에서 새로운 지식을 얻는 것도 좋았지만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된 것이 더 큰 자산이 되었다.




어쩌면 힘겹게 시작된 중학교 진학부터 꿈과 상관없는 고등학교 공부는 그저 앞으로의 생계를 위한 의무적인 과정을 꾸역꾸역 채우는 시간이 아니었을까. 꿈꾸며 미래를 설계해야 할 학창 시절이 그리 순탄하지 못한 시간으로 채워지면서 꿈보다 결핍을 키웠던 것은 아니었을지. 어른이 되어서도 내내 뭔가를 배우고 싶어 하는 것을 보면.


무모하다 생각될 만큼 고민 없이 결정하고 문예창작학과에 입학하게 된 것은 어쩌면 진짜로 하고 싶은 것을 찾았기 때문이 아닐까? 평생 나도 모르게 배움에 대한 결핍을 안고 살아온 것은 아닐까? 울고불고 난리 치며 중학교에 가고 싶었던 간절한 마음을 담아 글쓰기공부에 대한 열정으로 쏟고 싶다. 배워보지 못한 새로운 지식을 얻는 것이 낯설고 힘들더라도 내 안에 자리 잡은 결핍을 채울 수 있다면 망설임 없이 바로 공부해야 할 때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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