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우개 달린 연필
유난히 예쁘게 잘 써지는 연필이 있지
쓱쓱 사사삭 소리 내며 뭐라도 일부러 써보면
별거 아닌 내용도 멋지게 잘 쓴 거 같아서
예쁜 너를 보며 기분 좋아져
가끔은 이상하고 후진 모습을 가진 너 때문에
멋지게 생각해 낸 문장마저 형편없게 느껴지기도 해
말없이 물구나무서듯 후진 모습 닦아주면
못마땅해하던 마음 괜히 미안해지지
우리는 한 몸이지만,
해야 하는 일은 확실하게 구분되지
열심히 쓰는 일도, 잘못된 부분을 지워주는 일도
너와 내가 해야 하는 일
서로 다른 일을 해야 하지만
괜한 치다꺼리 하게 만들지는 않았으면 좋겠어
그건 사람도 마찬가지
누구에게든지 배려하는 마음을 챙겼으면 좋겠어
부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