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정말 좋다, 역시 친구가 최고다, 친구와 함께라면 뭘 해도 좋다,라고 생각했던 때가 언제였는지 생각해봤습니다. 학창 시절에는 무조건 친구가 좋았던 시절이었고, 어른이 되어서는 좀 멀어졌다가 아이들이 다 크고 난 이후 다시 친구를 찾기 시작한 그때쯤에 역시 친구가 좋다~라고 느꼈습니다.
모든 것 다 내어주고 싶다는 친구도 있고 날마다 안부 물어주는 친구도 있습니다. 그런 친구의 마음이 부담스럽게 다가오는 것은 제 마음이 변한 탓일까요? 나이가 들고 보니, 친구의 의미가 새롭게 다가옵니다. 말로 전하는 친구의 마음이 어쩐 일인지 그냥 허공에 대고 말하는 것처럼 흩어져 다가오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학창 시절에 좋다고 어울려 다니면서 제일 친한 친구라고 말하며 함께 보냈던 친구가, 긴 세월 다른 곳에 존재하며 각자의 삶을 살아가는 동안 친구라는 감정이 옅어져 가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봅니다. 서로 다른 생활은 때론 공감되지 않는 시간이 존재하기도 하고, 어느 때는 그 감정이 아득해져 낯설게 다가오기도 합니다.
친구를 두고 이런 감정이 생길 줄 미처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절친이던 친구는 언제까지나 절친으로 영원히 남을 줄 알았고, 그 마음도 변치 않을 줄 알았습니다.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지는 사랑처럼, 우정도 그런가 봅니다. 아니, 제 마음도 그렇게 변했나 봅니다. 친구의 마음이 조금은 부담스럽게 느껴지다니, 이런 제 마음이 당황스럽기도 합니다.
날마다 만나서 하하 호호했던, 무엇이 그리 좋았는지 머리 맞대고 키득거리며 함께 보냈던 시간들이 아득한 옛날입니다. 지난 시간은 늘 그리움입니다. 그 시간 속에 친구가 함께 있다면 더 큰 그리움이 되기도 하지요. 가끔은 홀연히 떠나서 친구를 만나러 가고 싶기도 합니다. 여의치 않은 현실에 주저앉는 일이 다반사지만, 마음속에 남아있는 친구에 대한 마음은 아련한데, 상황 따라 세월 따라 변해가는 듯한 내 마음이 아쉽습니다.
친구를 대하는 것도, 생각하는 것도 나의 상황에 맞게 변하는 것일까요? 친구에 대한 마음까지도 그런 걸까요? 요즘은 친구라는 의미가 많이 퇴색되어 다가옵니다. 친구도 적당한 거리가 필요한 것일까요? 과한 마음을 전하는 친구에게 미안해집니다. 좋을 때는 친구고 편치 않을 때는 멀어지고 싶은 마음은 아닌지 돌아보게 됩니다.
참으로 이기적입니다. 친구가 좋다면서, 친구가 최고라고 했던 마음이 이렇게 간사하게 변합니다. 나의 상황이 편치 않을 때 친구의 마음을 멀리하고 싶어 져서 마음이 복잡해집니다. 힘듦을 함께 하고 싶은 친구의 마음과 힘듦을 보여주고 싶지 않은 나의 마음이 서로 달라 엇갈리게 됩니다. 어떤 것이 친구를 위하는 마음인지, 어떤 마음이 나의 진심인지 많이 어지럽습니다.
지금 함께 하는 사람이 더 가깝게 느껴집니다. 친한 친구가 아니더라도, 나의 마음을 다 보여주지 않아도 편하게 만날 수 있는 사람이 친구가 되어주기도 합니다. 때로는 얼굴도 모르는 온라인에서 만나는 친구가 더 위로가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