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보는 돌아온다
제목 : 팥빙수 사건
우리 둘째 언니가 얼마나 미친X인지 소개하겠다. 우선, 천사 같은 우리 첫째 언니는 만날 때마다 나에게 용돈을 준다. 우리 막내, 보고 싶었어, 라고 말하며 포옹은 물론이고 내가 오른쪽 뺨을 허락할 때면 진한 키스도 갈겨준다. 침이 발리는 기분은 좋지 않지만 첫째 언니는 제외다. 엄마한테는 비밀인데, 난 엄마보다 첫째 언니가 쪼오금 더 좋다. 진짜 조금, 쌀 한 톨 정도 더. 그런데 둘째 언니, 언니라고 부르기도 싫다. 둘째는 제정신이 아니다. 둘째는 가끔 이유 없이 날 때린다. 정말로! 정말 이유가 없다. 자기 혼자 닌텐도 게임을 하더니 괴성을 막지른다. 닌텐도를 던지곤 내 머리를 때린다. 내가 소리를 지르며 이유를 따지면 나 때문이라고 말한다. 왜? 라고 말하면 이유가 가관이다. 네가 옆에 있으면 포켓몬이 도망가. 죽일까?
한번은 둘째가 나한테 이렇게 말했다. 사실 나랑 둘째가 한배에 있을 때 내가 먼저 태어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런데 둘째가 내가 먼저 태어나려 할 때 나를 발로 뻥 차서 자기가 먼저 태어났다고. 난 그때 펑펑 울면서 엄마한테 달려갔다. 엄마 배를 붙잡고 다시 기어들어 갈 기세로 울었다. 둘째가 당황하는 표정을 지었지만, 난 그때 진심으로 둘째의 말을 믿었다. 그 정도로, 그 정도로! 둘째보다 늦게 태어난 것이 천추의 한이었다. 내가 언니였다면, 둘째를 매달아서 죽도록 팼을 거다. 멍석으로 말아서, 돈가스 고기를 두드려 패듯 두들두들 패버릴 거야. 하지만 어쩔 수가 없다. 나는 망할 동생이기 때문이다.
둘째의 지X은 끝이 없었는데 최근에 일어난 사건은 일명 ‘팥빙수 사건’이다. 엄마는 우리 사이가 좋지 않은 걸 뻔히 알면서 꼭 간식 하나를 두고 둘이 나눠 먹으라고 한다. 팥빙수 하나를 시켜주곤 엄마는 시장으로 향했다. 숟가락을 들자, 둘째가 소리 질렀다. 왜 자기가 숟가락을 들지도 않았는데 먼저 먹냐고, 미친X. 그러곤, 믿을 수 없는 짓을 했다. 팥빙수를 마구 휘저어 곤죽을 만들기 시작했다. 연유를 빙빙 두르고 팥을 으깨 구토 색을 만들어 게걸스럽게 먹었다. 먹어, 라며 선심 쓰는 표정에서 읽혔다. 처음부터 날 먹일 생각이 없었던 거였다. 내가 빙수를 섞어 먹지 않는 걸 아니까, 자기 혼자 먹으려고. 내 마음은 빙수처럼 차가워졌다. 불같던 마음이 차분히 가라앉고 나는 개밥처럼 빙수를 긁어먹는 둘째를 고드름처럼 노려봤다. 내 마음에 깊은 한이 서리자, 아무것도 두렵지 않게 되었다.
둘째는 샤워를 오래 한다. 씻는 것에 정말 예민하다. 뽀득뽀득 씻는 소리가 문밖에서도 들린다. 샴푸를 두 번 한다고 들었다. 씻은 곳을 또 닦고 마른 수건으로 탈탈 털고 복숭아향이 나는 로션을 바른 다음 팬티만 입고 밖으로 나온다. 깨끗해진 둘째는 기분이 좋아 보인다. 내가 기다려온 순간이다.
“기분 좋아?”
“왜? 무슨 상관?”
“기분 아주 좋지?”
나는 새로 뜯은 린스를 꺼내 둘째에게 마구 뿌린다. 둘째가 소리친다. 아아악! 둘째의 비명이 거실을 가득 채운다. 둘째의 살인 예고가 고막을 찢을 거 같았지만 알몸에 린스가 덕지덕지 발린 둘째의 모습은 ‘팥빙수 사건’에 탁월한 모습이다.
샴푸도 아니고 린스다! 이거 물로 지워도 네 머리는 번들번들 떡질걸?
누구 만나러 가는데? 어? 누구 만나러 가는데? 머리 안 감았어? 머리 안 감았어?
머리 안 감았냐고 묻겠네? 두 번이나 씻었는데? 어!? 두 번이나 씻었는데?
“미친X…”
사람이 한을 풀면 어떻게 되는지 톡톡히 느꼈길 바란다. 팥빙수는 앞으로 섞어 먹지 말자, 알겠지?
사실, 이 사건의 모티브는 나와 내 친동생인데 여기서 나오는 언니가 바로 나다. 동생에게 뱃 속 거짓말을 한 것도 실화다. 동생이 엄마에게 달려가 엉엉 우는 걸 보고 난 처음으로 내가 그정도야...? 라는 생각을 가졌었다. 나는 초밥을 좋아한다. 특히 연어초밥을 좋아하는데 그 이유도 가관이다. 원래는 초밥을 싫어했다. 그런데 동생이 어느순간 연어초밥을 좋아했다. 동생이 연어초밥을 좋아하면서 연어초밥이 몰려있는 마트 초밥을 사기 시작했다. 그게 마음에 안들어서 억지로 동생 연어초밥을 뺏어먹었다. 동생이 나에게 언니야는 연어초밥 안좋아하잖아! 라고 하면 아닌데? 나 이제 좋아하는데? 하면서 헛구역질했다. 그러다가 좋아졌다. 지금은 나름 사이좋게 지내고 그때 일들을 반성하며 잘해주고 있다. 동생아, 미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