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개하세요

용서할 용기

by 미미




제목 : 회개하세요




주현은 할머니를 따라 새벽기도를 하러 갔다. 주현의 할머니는 독실한 신자였다. 독실하다 못해 조금 유별나기까지 했다. 직장인에겐 1분, 1분이 소중한 아침잠 시간을 빼앗아 주현의 할머니는 주현을 끌고 새벽기도를 갔다. 주현이 조금이라도 귀찮은 티를 내면 할머니는 역정을 냈다. 마리아 님이 보고 계신다! 라는 만화 제목 같은 말을 할 때면 주현은 속으로 할머니를 비웃었다. 싫다는 사람 억지로 끌고 가는 걸 마리아 님이 진정 바라실까요? 나라면 아닐걸? 아무튼 주현은 성당을 갔다. 기도하고 내 탓이라고 가슴을 쳤다. 주현은 곧바로 출근했다. 주현은 성당에서 교회로, 교회 옆에 있는 유치원에서 보조 선생님으로 근무했다. 이제 반년 정도 근무했다. 주현은 아이들을 좋아하는 것에 자신이 없었지만, 교회라 그런가 표독스러운 아이는 없어서 나름 즐거운 생활을 보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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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대부분 귀엽고 순수했다. 가끔 짓궂은 장난, 친구에게 모래를 뿌린다거나 코딱지를 파서 친구 등에 닦는다거나, 고추를 꺼내 보여주거나, 뭐 그런 장난들도 다 모르고 그런 거니까, 적당히 주의하고 넘어갔다. 주현의 주된 관찰 대상은 대성이었다. 대성이의 취미는 개미굴에 물을 붓는 것이었다. 양손에 정성껏 물을 떠서 종종걸음으로 걸어가 쪼르르 개미굴에 물을 부어버렸다. 갑작스러운 홍수에 개미가 굴에서 와르르 기어 나오면 대성이는 그걸 열심히 관찰했다. 한번은 대성이에게 개미가 나오는 게 신기하냐고 물었다. 대성이는 고개를 마구 저어버리곤 질문에 마땅한 대답을 해주지 않았다. 대신 개미에 대해 설명했다. 개미는 까맣고요, 머리랑 가슴이랑 배로 나뉘어져 있고요, 조잘거리는 걸 보면 개미를 정말 사랑하는구나 싶었다. 아마 물을 부어버리는 것도 개미가 목이 마를까 봐 그러는 것이 아닐까?


그러던 어느 날, 대성이가 보온병을 들고 개미굴을 찾아다녔다. 개미굴을 발견한 대성이는 신나게 보온병을 열어버리곤 옅은 김이 솔솔 나는 물을 개미굴에 부어 버렸다. 나는 깜짝 놀랐다. 그 지독한 악의에 깜짝 놀랐다. 엄마에게 일부러 부탁한 대성이, 따뜻한 물을 부탁한 대성이, 개미굴에 버릴 거라고 말하진 못할 테니 거짓말을 했을 대성이, 그 물을 가지고 두근거리며 개미굴을 찾은 대성이, 그리고 해맑은 얼굴로 개미를 괴롭히는 대성이. 이건 아니야, 나는 대성이에게 다가가 왜 개미를 괴롭히냐고 물었다. 대성이는 괴롭히는 게 아니라는 변명을 하지 않았다. 우물쭈물하더니 대성이가 입을 열었다.


“개미예요.”


뭐라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 예수님이 보고 계신다고? 나쁜 짓을 하면 지옥에 가게 될 거라고? 그렇게 하면 개미가 아프다고 말해야 할까. 하지만 대성이는 한 번도 친구를 괴롭힌 적 없는 아이였다. 정말 개미에게만 이러는 대성이에게 나쁘다고 말할 수 있을까? 내 판단은, 대성이가 개미에게 사죄할 기회를 줘야 한다는 것이었다.


다음 날, 대성이는 분무기를 가지고 왔다. 내가 따로 부탁한 준비물이었다. 분무기에 적당히 시원한 물을 채운 뒤, 대성이를 데리고 바싹 마른 개미굴로 향했다. 대성아, 물 뿌려주자, 이 개미굴은 물이 필요해 보여. 대성이가 칙칙 물을 뿌리자 갈라진 개미굴은 촉촉해져 갔다. 대성이는 신이 났다. 개미굴에 물을 뿌려서가 아니라, 그냥 분무기가 신기해서 웃음을 짓는 것 같지만. 나는 내 안에 있었던 죄악감을 씻을 수 있었다. 대성이를 용서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예수님도, 마리아 님도 아닌, 다름 아닌 강주형이 윤대성을 보고 있었으니까.








나도 주현처럼 아이들을 가르친다, 아르바이트긴 하지만. 아이들은 가끔 이해할 수 없을 만큼 착하고 이해할 수 없을 만큼 깜짝 놀랄 악의를 드러낸다. 아이의 잘못을 나무라는 어른이 되고싶지 않다. 화를 내서 겁을 주기 보단 방법을 찾고 교정하는 것이 선생님이 아닐까 싶다. 좋은 선생님이란 뭘까? 선생님이란 뭘까? 내가 누군가의 선생이 될 수 있는지, 감히 그럴 그릇이 되는지 늘 의문에 빠지게 되지만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생각으로, 이미 선생이라는 이름을 가진 나는 선생이 되어야 한다. 아이들이 바르게 자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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